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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야그

골프장 가다

★진달래★ 2005. 8. 1. 16:55

 

 

 

골프장 갔습니다.

아침부터 앞이 안보일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던 날씨가 말짱 개이는 것이 사회자가 하늘마저 축복한다고 지맘대로 착각을 할만도 했습니다.

 

예의 그 금테경비 아저씨...오늘은 금테모자도 안 쓰고 왠일인지 완전히 풀이 죽어 있었습디다. 거수경례는 고사하고 쳐다보지도 않는 것이 행사장이 어디냐고 묻는데도 손가락으로 휙 가르키고 마는 것이었습니다.

 

휴일날 마누라하고 쌈을 했는지 아침부터 상사에게 깨졌는지는 알 수가 없는 일입니다. 오늘은 그래도 좀 쌈빡한 삼성 520을 타고 들어갔는데 한번 쳐다봐주지도 않아 좀 섭섭했습니다. 근데 웬걸 내릴 때 문이 고장 나 안에서 열리지가 않았습니다.

 

클럽하우스에 도착하니 관내에서 내가 내다하는 부자들 차는 다 와 있어 삐까번쩍했습니다. 생전 처음 소문으로 듣던 모회장의 10억짜리 페라리도 구경하고 벤츠600 BMW500 등.....그 차의 기사들마저 폼나 보이는 게 돈은 좀 있고 볼 일입니다. 근데 대체적으로 좋은 차는 주차선을 거의 무시하더군요.

 

우리도 겁도 없이 그 줄에 주차를 하려다가 삑! 호르라기 소리 듣고 쫓겨가서 일반주차장에 주차했습니다. 사진기자가 속삭이기를 머리는 세습이 안되도 돈은 세습이 가능하다고 히히~~하면서 끝내 18노무꺼 했습니다.

 

돈에 구애 안받고 사는 사람들 대충 훑어보자니 각급기관장 신문사주 은행장 기업주 등등이 모인 골프장 증설 축하연이니 만큼 부티가 좔좔 흘렀습니다. 미끈한 행사도우미들이 나란히 줄을 서서 인사를 하는데 미니스커트 아래가 어찌나 잘 빠졌던지 침을 한사발이나 흘리면서 뒤에서 한참 구경을 했습니다. 행사고 뭐고 머리가 다 몽롱해집디다.

 

골프장 사장이 재일교포라 하면서도 전혀 우리말을 못해 즉석통역을 하는데 으음 배신감이 들더군요. 진짜 교포가 맞는 건지...교포라는 이름으로 국내 골프들의 돈만 빼돌리는 것은 아닌지....하긴 시세를 제일 많이 낸다니 찜찜하지만은 참아줘야 되겠지요.

 

오늘 개장한 18홀 중 퍼블릭코스 9홀은 골프회원권이 없는 일반시민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골프코스랍니다. 그린피가 평일 3만5천원 주말 4만5천원으로 요즈음 골프장에는 이런 일반시민을 위한 코스를 꼭 개설하도록 법이 그리 되었답니다.

 

앞으로는 작은 차를 타고 골프장을 들어가도 금테모자가 끗발을 부리지 못하게 되었으니 그래서 금테경비가 기운이 빠져 보였는가도 모를 일입니다.

 

골프업주가 대중코스를 만들지 않으면 거금의 국민체육진흥기금을 내도록 되어 있어서 울며 겨자 먹기로 퍼블릭코스를 만들었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또 했습니다. 회원권이 자그만치 2억~3억이나 한다는데 그놈들이 그 금싸라기를 어찌 포기했겠습니까?

 

좌우당간 인사말씀 마치고 어르신이 개장테이프를 끊으러 간 사이 행사장을 나오는데 돈쟁이들의 행사인지라 수행원들한테도 종이가방을 하나씩 내줍디다. 뭣인가 싶어 열어봤더니 에그머니나.....골프화였습니다.

 

촌놈 오늘 땡 잡았습니다.

수년만에 골프장 들어와 구경한 것만 해도 감지덕진데 분에 넘치는 골프화까지라니.....참 살다보니 골프화 신고 조깅하게 생겼습니다. 마! 이제 저도 골프채만 하나 사면 골프칠 준비 완전 끝나는 겁니다. ...근데 골프채도 카드 할부 긁어 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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