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마! 이거는 처음 살 때부터 맘에 썩 들지를 안했다.
엄청 수다스런 마누라 등산회원이 너무 좋더라고 깔깔대는 자체부터 신뢰가 가지를 않았고 하도 졸라대기에 사러 갔던 식물원 주인여자까지 어찌나 쌀쌀맞던지 나무 그 자체부터가 싫던 것이다.
그것이 지난 5월말일 이었는데 이것이 석달 째 들어 속 줄기가 노오랗게 변하면서 시름시름 마르는 것이다. 그래서 그 똑똑한 아지매한테 이것이 뭔 일인지 좀 알아봐라 했더니 원래 그렇다나 어쨌다나?
아무래도 말라죽어가는 것 같았지만은 키워 본 사람이 더 잘 알겠지 싶어 냅뒀더니 아이구마 꼭대기부터 말라들어 가는 것이 영판 죽는 가 보다. 사온 꽃집에 물어 보니 사흘에 한번 물을 흠뻑 주어라 하고 다른 꽃집에 물으니 햇빛이 안 드는 곳에 두고 보름에 한번 물을 주어라 하니 어느 장단에 깨춤을 출까?
하는 수 없이 지난 일요일 아침에 뵈기가 싫어 누렇게 마른 꼭대기를 가위로 잘라버리고 물을 주다가 이왕 죽는 거 비료나 좀 줘볼까 싶어서 복합비료를 듬뿍 뿌려 주었겠다. 그리고 이왕 비료를 주는 김에 다른 화분에도 주면 다 잘 자라겠거니 싶어 벤자민에도 주고 관음죽에도 주고 산세베리아에도 듬뿍 올려놔 주었다.
아침에 이걸 본 마누라가 펄쩍 뛰면서 나무 다 죽는다고 얼른 비료를 골라내라는 걸 이 사람이 뭘 알지도 못하면서 난리냐고? 죽으면 내가 더 멋진 걸 사다 주겠노라고 큰소리를 펑펑 쳤는데 아이고.....율마는 이왕 죽는 거라고 치더라도 마누라가 애지중지 키우던 금빛 관음죽 잎이 까맣게 타들어가기 시작하는 것이다.
농사에 농자도 모르는 당신이 뭔 비료를 치느냐고? 상식이 있니 없니? 엄청 잔소리를 들으면서 인터넷을 뒤져 보니 얼른 물로 비료끼를 씻어내라고 하길래 10분 가까이 수돗물을 틀어 흙을 씻어내고 그늘에 모셔 놨는데 아침에 봐도 도대체 살아날 기미가 안 보이던 것이다.
근디 나무가 커서 그런지는 몰라도 비료를 주고 나니 낙엽 질 시기가 눈앞인데 벤자민에는 새파란 잎이 엄청 돋아나기 시작하고 산세베리아는 가지가 쫘악 벌어지면서 자라는 모습이 눈에 보이듯 하는 것이다.
어쨌던 이놈의 관음죽이 기운을 차려줘야 마누라 잔소리에서 벗어날 입장인데 이대로 고사할 지경이면 낼 모래 이틀 쉬는 동안 내가 마누라에게 죽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