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마누라랑 쌈했다.
그 동안 좀 조용했었다.
그 놈의 성질머리.....언제 좀 느긋해질라나?
식탁!
메뉴가 서방은 뒷전이고 애들 입맛에 늘 맞춰진다. 음....그래도 편식은 건강을 해친다는 신조 아래 나랑 늦둥이는 잘 먹는다. 근데 문제는 큰놈이다. 오늘도 젓가락을 지팡이 삼아 까빡 존다.
안쓰럽다.
시험이 눈앞이라 3시간여 수면으로 하루를 견디느라 몹시 힘들어 보인다. 1시에 학원을 마치고 와 간식 먹고 숙제하면 3시가 가까운데도 꼭 컴 게임을 한판하고 잔단다. 그렇게 피곤하고 졸리면 게임을 생략하고 30분이라도 더 일찍 자라는 게 마누라 말씀이다. 아울러 아무래도 컴을 한대 더 사준 것이 잘못된 판단이었다는 꾸지람도 식탁 건너 내게로 떨어진다.
신경질 난다.
밥을 못 먹고 학교를 가는 게 그리 안쓰러우면 어짜둥 살살 꼬셔서 한숟갈이라도 더 먹게 해서 보낼 생각 안하고 왜 밥상머리에서 아침부터 잔소리냐? 그런 기분으로 학교 가서 뭔 공부를 하냐? 공부.....그게 얼마나 어려운 거냐? 다다다다....나도 말은 잘할 수 있다는 걸 확인 시켜 줬다.
마누라 폭발하더구만.
무슨 일을 해서 먹고 살든 건강이 제일 중요한 건데 굶어가면서 공부해서 뭘 하느냐고....안 먹고 살려면 공부 안 해도 되니 오늘부터 학교를 다니지 말란다. 아침마다 밥상머리에서 먹는 거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못살겠다는 것이다. 낼부터는 각자 알아서 자기식사를 해결하잔다.
대화 단절이다.
애가 논다고 밥 못 먹냐? 공부한다고 잠 못 자고 피곤해서 그런 건데 그걸 이해 못하냐? 엄마 맞냐? 아침밥을 각자 알아서 해결한다니 무식한 소리 골라가면서 해라!
무식한 소리한다고 했다가 대공포 고사포 미사일 수십발을 얻어맞았다. 전쟁을 마치고 보니 두 놈은 학교로 달아나고 없었다. 의리 없는 놈들!
공부!
대충해도 먹고사는 나라에 살고 싶다. 잘해 봐야 월급쟁인데.....노상 당구나 치고 담배연기로 도우넛이나 뽁뽁 만들고 기집애들 건드려 사고나 치고 정학 퇴학을 맞던 놈들은 동창회가면 다 사장이더라. 호기 좋게 2차 3차 잘만 해결하더라.
으이그.
그렇게 자식 못 먹여서 이 난리를 피우다가 멀리 떨어진 기숙사 학교에 보내면 우째 살려고 그러는지....먹는 꼴을 보면 속 뒤집어진다고 한달에 한번 집에 보내주는 학교로 보내 버리잔다.
부부는 전생에 웬수지간이라서 그 원한을 풀려고 결혼하는 거라더만은 그 말이 정말 맞긴 맞는 모양이다. 맞춰 살기 참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