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생각이 ‘아직’이라던 아들이 근래에 눈 맞은 아가씨가 생겼다. 콩 까풀이 씐듯하다. 업무상 자주 들리던 은행의 차장이 대전시에 근무하는 여직원을 소개해준 모양인데 아들도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의 여자를 찾기는 힘들 것 같다고 한다. 아가씨는 아들보다 한 직급이 위이고 어머니가 대전시의 사무관으로 재직 중이라 했다. 그간 직장 상사 몇몇이 소개팅을 주선해 주기도 했는데 다들 별로라고 시큰둥하기에 이번에도 그러려니 했다. 근데 아들이 추석을 쇠러 오는 날 아가씨가 같이 온다고 했다. 부랴부랴 추석 하루 전날 영업하는 식당을 찾아 예약하고 기차역에 가서 둘을 픽업해 왔다. 서로가 공무원 집안이라 얘기도 별 어렵지 아니하고 편한 분위기에서 식사하고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시고 집에 와서 잠시 쉬다가 기차역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