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년 전에 타계하신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피해자입니다. 돌아가시는 그해까지도 징용의 잔인함과 서러움에 치를 떠시며 온몸으로 증언하시곤 했지요. 죽음보다 더 처절했던 아버지의 강제징용 이야기는 너무 많이 들어서 한잔 드시고 이야기 시작하시면 자리를 몰래 피하거나 듣기 싫다고 그만하시라고 말리곤 했었습니다. 그랬던 것이 오늘날 친일 찌꺼기들이 X같이 씨부렁거리는 뉴스를 보는 날이면 그때 좀 더 참고 아버지 이야기를 들어드릴 걸 싶어 말린 것이 몹시 후회스럽습니다. 지난 이야기지만 질풍노도의 시기였던 고등학교 2학년 무렵에 자식 된 도리로 아버지의 한을 풀어 드리겠다고 자율학습이 끝난 밤중에 책가방에 칼을 숨겨 아버지를 징용 보냈던 면장을 죽이려 찾아간 적도 있었습니다. 한번은 집이 비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