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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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나의 아버지

수십 년 전에 타계하신 아버지는 일제 강점기 시절 강제징용 피해자입니다. 돌아가시는 그해까지도 징용의 잔인함과 서러움에 치를 떠시며 온몸으로 증언하시곤 했지요. 죽음보다 더 처절했던 아버지의 강제징용 이야기는 너무 많이 들어서 한잔 드시고 이야기 시작하시면 자리를 몰래 피하거나 듣기 싫다고 그만하시라고 말리곤 했었습니다.  그랬던 것이 오늘날 친일 찌꺼기들이 X같이 씨부렁거리는 뉴스를 보는 날이면 그때 좀 더 참고 아버지 이야기를 들어드릴 걸 싶어 말린 것이 몹시 후회스럽습니다. 지난 이야기지만 질풍노도의 시기였던 고등학교 2학년 무렵에 자식 된 도리로 아버지의 한을 풀어 드리겠다고 자율학습이 끝난 밤중에 책가방에 칼을 숨겨 아버지를 징용 보냈던 면장을 죽이려 찾아간 적도 있었습니다. 한번은 집이 비어서..

집안야그 2024.09.23

배보다 배꼽이 더 커......

보험회사에서 엔진오일 할인권을 줘서 카센터 갔더니 비싸기만 한 것이 별로 할인도 안 되는 느낌인데 거기다 하는 말이 타이어 바꿀 때가 몇 년 지났으니 오래 살고 싶으면 잘 생각해 보세요! 한다. 말하는 본새가 영 맘에 안 들어 평소 신뢰하던 쉐보레 직영 서비스엘 갔는데, 엔진룸을 열어보고는 이것도 안 좋고 저것도 안 좋고 하면서, 사람으로 치면 전혀 통증을 못 느끼는 중환자라고 집에 갔다가 내일 차 가지러 오란다. 오늘날까지 아무 문제 없이 잘 타고 다녔는데 이게 뭔 자다가 사돈 허벅지 파스 떼는 소린지? 도대체 그렇게 수리 다 하려면 수리비가 얼마나 되냐고 했더니 엔진커버를 열어봐야 아는데 적어도 두 장은 되겠다 했다. 기가 차서 픽 웃었더니 기사 왈, 차는 너무 안 타도 문제가 생깁니다! 한다. 18..

세상야그 2024.07.27

무척 길었던 하루.....

늦둥이 아들이 어제 지방직 시험보는 날이었습니다. 시험장소가 다른 이웃시여서 하루 전날 모텔을 예약해둔 곳에 데려다 주고 왔지요. 평소에 공부를 좀 더하지 시험 전날 공부한다고 메고가는 가방이 엄청 무겁더만요. 어제 아침 6시에 일어났으니 모닝콜 안 해줘도 된다기에 알았다 하고 출근을 했습니다.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인데 속이 타서 숯덩이가 되지만 스트레스 받을까봐 평상시에도 시험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못하고 속으로 기도만 하고 지냈는데 시험이 끝난 시간인데도 연락이 없는 겁니다. 점심을 먹나? 시험을 망쳤나? 비가 무지막지하게 쏟아지고 박물관 옆의 숲을 때리는 빗소리가 큰 파도소리처럼 들리는데 느지막하게 전화가 울리더군요. 아들이었어요. 울고 있더군요. 시외버스 터미널에 가는 버스에서 내리다 카드를 바닥..

애들야그 2024.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