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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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지난 4.4일 저녁 8시가 넘어 그 양반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름에다 ‘씨’ 자를 붙여서 조심스럽게 댁이 맞느냐고 묻기에 “아! 의장님 오랜만입니다!” 하고 대답하니 핸드폰에 저장해 뒀냐고 고맙다고 말하더군요. 오래전 얘기입니다만 시의회 의장을 세 번 할 동안 모셨던 양반인데 돈도 많고 자식들도 다 출세한 복 많은 어른입니다. 제가 퇴직한 지 4년째인데, 이 양반은 지역에서 워낙 비중이 있는 사람이라 나이가 팔순임에도 굵직한 행사마다 초청이 돼서 한 말씀을 해야 했기에 그때마다 인사말을 만들어 카톡으로 보내달라고 하곤 했었지요. 뭐 지나가는 말로 밥 한 끼 하자는 말도 곁들여서 말입니다. 근데 이번에는 진짜 밥 먹자고 전화를 한 것입니다. 민물장어집으로 나오라고 하더군요. 어제 친구들하고 술을 한잔했..

세상야그 2024.04.08

재계약

1월 30일 14:00시 박물관 보조운영자 면접이 있었다. 작년엔 서류 합격자가 4명이었는데 올해는 두 명이었다. 규정도 까다로워지고 자격증명 서류가 많아졌다. 면접 대기 중에 한사람이 포기한다고 했다. 교사 출신이라더니 경쟁율이 확 줄었다. 단독면접이라지만 역시나 조금은 긴장이 되었다. 외부면접관인 교수가 박물관, 미술관 진흥법에 대해 질문했다. 헉! 보조운영자에게 법 관련이라니...? 혹시나 싶어 외워두었던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제12조에 대해 나름대로 답변을 했다. 면접관들끼리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 속삭이는게 보였다. 공무원인 듯한 다른 두 면접관은 현장근무 중 애로와 관람객의 불만사항 대처에 대해 집중 질문했다. 이론을 공부한 사람과 실무를 아는 사람의 질문에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작년에 겪..

일터야그 2024.02.05

세상 인심

2023.11.4.15:00 퇴직 3년차에 아들 장가를 들이고 보니, 왜 선배 공무원들이 제대하기 전에 자식 하나쯤은 꼭 결혼을 시키라고 했는지 알것 같았습니다. 인륜지대사를 마치고 돌아와 방명록을 들춰보니 이건 반토막이 아니라 절단이 났더이다. 그나마 정이 남아 있는 직원도 외면한 인간이 있을 뿐 아니라 국과장을 지낸 인물들은 전멸이더군요. 고위직이라 받는 것에 익숙해서 일까요? 아니면 '앞으로 니 얼굴 볼 날이 있나? 인가요? 그래도 그렇지 경조사비를 받았더랬으면 상부상조하는 것이 예의 아닐까요? 쪼잔한 놈들... 36년째 적을 두고 있는 문인단체도 비슷했습니다. 명색 글을 쓰는 사람들이 상부상조의 의미를 모르지는 않을 터, 어떻게 그리 맹숭한 얼굴로 웃으며 사람을 대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런 인물..

세상야그 2023.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