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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야그

2025년도 취업

★진달래★ 2025. 2. 7. 14:05

 

면접 장소에 15분 전에는 입실 금지라고 해서 14분을 남기고 도착했더니 이미 다른 서류 합격자들이 친필 확인에 필요한 문서에 서명하고 있었다. 최종 서류 합격자가 세 명인데 한 명은 교사 출신, 한 명은 대기업 출신이고 한 명은 나였다. 세 장의 서류를 쓰라고 해서 보니 지원서와 친필을 대조하기 위해 현장에서 필체를 확인하는 서류였다. 법이 많이 바뀌었나 보다.

 

대기실로 와 면접을 기다리는 중에 담당자가 와서 신분증을 확인하고 갔는데 면접자들을 둘러보니 나보다 나이가 어려 보이는데도 모두가 백발이다. 겉모습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정석이 아니지만 그래도 관공서에 일자리를 얻으러 온 사람치고는 두 사람 모두 무던한 듯했다. 운동화도 좀 그렇고 집에서 입던 잠바? 롱패딩도 예의는 아니지 않을까? 내가 면접관이라도 이들을 선택하기는 어렵겠다, 싶었다.

 

면접이 세 번째인 사람은 아주 초조했든지 앉지를 못하고 복도를 서성이며 벽을 잡고 끙끙대는 것이 약간 안쓰러웠다. 두 번째로 면접을 보는데 면접 방식이 바뀌었는지 질문이 모두 논설식이었다. 공공박물관의 법상 위치, 설립 목적, 현역 팀장으로 보이는 면접관들이 강물이 먹는 물이 되기까지의 순환싸이클에 대해 설명, 채용된다면 어떻게 방문객을 대할지 말해 보시오. 불만을 제기하는 민원인에게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등등. 15분 정도를 질문했다.

 

교수와 현직 공무원들의 질문에는 다소 차이가 있으면서 일반 직장 퇴직자가 답할 수 없는 전문적인 질문도 있었다. 그러나 모르면 관람객들에게 내레이션할 수 없으니 필수 부분이기도 하겠다. 그렇게 이틀을 보내다 어제 합격 공지가 떴다. 마누라보다 아들이 더 좋아한다. 앞으로 돈도 더 벌게 되었으니 맛있는 거 좀 많이 먹자고 한다. 굶기며 키운 것도 아닌데 맛있는 것에 대해 늘 관심이 크니 참 이상한 일이다. 1월 한 달 편히 쉬었다 싶더니 내일부터 출근이다. 출근 때 입을 옷을 꺼내 베란다에 느는데 첫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서설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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