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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야그

권력

★진달래★ 2006. 9. 18. 13:20
 

 

월전부터 친한 형님이 술이나 한잔 하자고 애들 모아라 그러던 터였다. 음....조폭 야그 같다. 전임 시장에게 미운 털 박혀서 근 6년 가까이 변방근무를 해 온 형님이 최근 본청으로 전입한 기념식도 겸하자 그랬던 것이다.


8명을 불렀다. 걔 중엔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내다 현 권력의 비서로 입성한 실세도 끼이게 됐는데 한번 만나 대좌해 보니 인간성도 괜찮고 이야기가 통하던 터였다. 뭐 실세라 해서 덕 보자고 불렀던 게 아니라 이 친구가 모임의 성격을 알고 참석을 원했던 거다.


한적한 오리고기 집에서 좌정하여 분위기 참 좋게 식사를 했다. 참석자들 성격이 아부나 처세술에 뒤떨어져 손바닥 지문이 그대로 있는 사람들이라 늘 살아 있는 이야기를 하기 때문이다.


소주 13병을 죽이고 2차를 가는데 갑자기 “이 씨발놈!” 하며 등치 100kg짜리 막내가 비서의 멱살을 잡고 흔드는 것이다. 황망 중에 뜯어 말리면서 이야기를 종합해 보니 술 먹던 중에 나더러 비서가 말을 건방지게 하더라는 것이다.


“비서면 다냐?”

모두가 당황했다.


아무리 정의감이 빡세게 우러나온다기로서니 그래도 실세이자 3살이나 연배인데 짜식이 좀 오버하는구나 싶었다. 계산하고 형님이 먼저 간 것이 큰 다행이었다. 뜯어말리느라 태풍 덕에 쏟아지는 비에 장정 일곱이 홈빡 젖었다.


“형님 제가 뭔 건방진 이야기를 했다는 거요?” 하며 넥타이와 와이셔츠에서 완전 자유롭게 된 비서가 억울해 하는데 ...글쎄다...나도 그런 기억이 전혀 없다는 게 문제였다.


정말 조폭인 줄 알았는지 맥주집 여사장이 큰 수건을 가져와 정성스럽게  닦아 주는데 참 민망하더라.

 

“형님 이 모임도 권력화 됐네요!” 뼈아픈 말을 들었다. 나름대로 부패한 권력을 비웃어주자고 하는 모임에 권력이 생기다니.....


소식을 들은 형님 아침에 되게 나무라는 전화를 했다. 내가 중심이 흔들린다는데 맞는 말이다. 요즘 내 주제가 한심해서 좀 폭음을 했었다.


일요일 저녁에 조용히 좀 보자고 한다. 정의감 넘치는 30대 덕분에 체면 없이 또 깨지게 됐다. 너무 살갑게 받쳐주는 놈이 있어도 피곤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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