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외고 2차 시험.
1차 시험에 80명이 탈락하고 150명 정원에 412명이 합격했다 한다.
외국어우수자 6명 특차 합격.
아들은 지역우수자 학교 추천을 받아 원서를 넣었는데 30명 정원에 12명 지원했다 한다. 그러나 정원 미달임에도 불구하고 인센티브는 전혀 없단다. 성적순으로 144명에서 짜른다 한다.
차가 밀릴까 싶어 한 시간 전에 고사장에 도착했는데도 학부모들이 학교에 빼꼭하게 들어서 있었다. 초조한 분위기 아니 살벌하다고 해야 되겠다. 거의 모두가 전교에서 1~2위를 하는 아이들인지라 한두 문제에서 승패가 갈린다고 한다.
아이들이 입학고사를 치는데 학교 선생님은 전혀 보이지 아니하고 각 학원의 담당교사들이 많이 왔다. 옛날 우리들 시험 때와는 분위기 엄청 틀린다. 입학하고자 하는 학교에 대한 정보에서 원서 넣고 시험보기까지 전부가 학원선생님들 손으로 이루어지니 학교의 존재가 의심스럽다.
주차된 차 안에서 한페이지라도 더 보겠다고 많은 애들이 책을 파고 있는데 우리 아들은 실실 웃기만 한다. 어저께 이틀 동안은 12시간을 내리 퍼질러 자고....
직원 자녀 중에 4사람이 1차 합격했다고 하더니 직원도 두엇이 보였다. 남자들이야 내색을 않지만 여자들은 심장이 오그라드는 가 보다. 한 직원은 사무실 들어가야 한다는데 부인이 떨려 운전을 못하겠다 해서 발이 묶였다.
10시 10분부터 영어 듣기와 읽기 시험이 시작되어 12시 30분까지 서서 기다리는데 긴장이 되니 다리 아픈 것도 몰랐다.
시험이 끝나고 아이들 우르르 고사장을 나오는데 아이들 표정이 심상찮다. 어떤 여학생은 통곡을 해서 아빠가 품에 안고 나갔다. 한참 있다가 나오는 우리 아들놈도 표정이 어둡다. 너무 어렵더라면서 60문제 중에 대여섯 문제는 찍었다 하는데 맥이 다 빠진다.
“네가 어려우면 다 어려운 거다!” 라고 제 엄마가 애를 위로하는데 자신 없어 한다. 기숙사 생활에 필요한 건강검진을 해야 하기에 병원에 데려다 주고 사무실에 들어오니 마음이 착잡하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불합격이라도 하는 날엔 이 전쟁을 새로 시작해야 하나 일반고로 입학을 시켜야 하나 갈등이 생긴다. 걱정말라는 학원선생님 위로도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 밥 먹고 사는 데 이리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되나 싶다.
돌아오는 길에 엉뚱한 생각을 하다 진입로를 놓쳐 한참을 돌아 왔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