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을 안테나 세우고 다니던 마누라 그새 뭔 정보를 듣고 왔는지 새벽부터 나를 깨운다. 학원 수업에 태워다 주고 오라는 거다. 외고에서는 세 개 외국어를 하는데 영어는 한다치더라도 일어와 중국어는 처음이니 기본정도는 알고가야 안되겠냐더니 그새 학원 새벽수업에 등록을 했나 보다.
애도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머리를 감는다 드라이를 한다 바쁜데......나는 옆으로 누워야 잘 자는 잠버릇인지라 어저께 면상을 갈고부터는 얼굴에 바른 마대카솔 덕분에 옆으로 눕지를 못해 밤새 잔둥만둥한데 새벽에 깨우니 얼마나 일어나기가 싫은지....몸이 천근만근으로 쳐지는 것이다.
에이그 대충 좀 해라 엉!
해봐야 내가 이길 수 있는 여자도 아니고 툴툴거리며 일어나 차키를 들고 밖엘 나가니 새벽바람이 얼마나 시린지 깨진 면상이 떨어져 나가는 듯하다.
학원 앞에 도착해 보니 새콤이 걸려 있고 문은 잠겨 있는데 이건 수업을 하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인기척이 없다. 기다리다 전화를 하니 직원이 문을 열어주는데 자다 나온 폼이다.
새벽수업 듣는 사람이 우리 애 혼자뿐이란다. 살다보니 부잣집만 한다는 독선생 과외를 하게 됐나 보다. 잘 부탁드린다는 인사를 하고 돌아와 한숨을 더 잤는데 수업하고 온 아이 말이 오늘 수업은 자기가 했단다.
그 학원선생 아이가 중학생인데 어찌나 자꾸 외고합격 비결을 물어 보는지 수업은 안하고 한시간 동안 수험 공부한 경험을 설명했단다.
넨장....학원비에서 하루를 제해야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