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애들야그

어머니

★진달래★ 2006. 11. 8. 13:56
 

 

직원들이랑 오리탕을 먹는데 연식이 좀 있으신 계장님 말씀이 요샌 음식이 왜 이리 맛이 없는 거냐고 하십니다. 그러면서 예전 먹을 것 없던 시절 이야기를 하나 하시는데


어릴 적 한밤중에 세상 모르게 자는데 어머니가 막 깨우더랍니다. 짜증을 내면서 억지로 일어나 골방으로 갔더니 아들 넷만 옹기종기 모여 있는데 어머니께서 김이 무럭무럭 나는 솥을 들고 오시면서 여동생들 듣는다고 소리 내지 말고 얼른 먹고 다시 자라고 하더랍니다.


그래도 잠결인지라 먹기 싫다고 했더니 억지로 떠먹여주셨는데 그 백숙 맛이 평생을 두고 생각날 뿐만 아니라 어머니 돌아가실 때까지 대소변 수발을 다해 주신 누나와 여동생들한테 항상 미안한 생각이 든다는 것이었슴다.


예전엔 그러했지요.

딸린 자식이 많아 늘 아들들만 챙기시던 우리 어머니들....어머니 자신도 여자면서 왜 딸들을 그리 푸대접하셨는지....


저는 딸이 없습니다만 가끔 집에서 아들을 너무 챙기는 마누라를 볼 때마다 마마보이를 만드는 거라고 나무라기도 합니다. “장가만 가봐라! 지 마누라 지 새끼 뿐일 놈들이다!”....라고....


어제 저녁운동 가는데 왠일로 마누라가 같이 가주겠다고 해서 아들놈한테 엄마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 멋지게 설거지 한번 해봐라 했더니 펄쩍 뛰는 겁니다. 내가 왜 하느냐고....셤치고 나서 좀 놀려고 하는데....합니다.

 

이런 건방진 놈 같으니...엄마는 평생을 밥하고 설거지 해야 하는데 너는 오랜만에 한번 하는 것도 못해 주냐? 아빠가 설겆이 할 때 뭐 느낀 게 없었냐? 고 뭐라 했더니.... 에이그....하면서 늦둥이가 제 형을 보고 혀를 끌끌 차면서 아빠 내가 하께요! 합니다.


작은놈은 저 알아서 가끔 설겆이를 하기 때문에 굳이 큰놈 더러 설겆이를 해놓으라 하고서는 운동을 나갔었지요.


마누라가 저녁운동에 따라 나선 이유가 뭔가 싶었더니 홈플러스에 가서 스포츠브라를 몇 개 사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등산을 하다보니 후크 있는 브라가 등에 배겨서 많이 불편했던 모양입니다. 점원이랑 뭐 85, 95 해쌓더니 컬러가 별로라고 내일 다시 오자고 그럽디다. 여자들 속옷가게는 뭔 예술품 전시장 같더군요. 속옷이란 게 밤에 불 끄고 보는 건데 그리 요란하게 색깔이니 레이스니 장식할 필요가 있나 뭐 그런 생각도 해봤지요. ㅋㅋㅋ


홈프러스를 나오다가 마누라 뜬금없이 애가 설거지를 해놨을까? 하고 묻는 겁니다. 그럼 애비가 그렇게 부탁을 하는데 안해놓았으려고...만약 안했으면 혼을 좀 내야지 했더니 도로 들어가더군여.  닭요리 코너에 가서 날개와 다리 찜을 고르면서 일을 시켰으면 댓가가 있어야지 하는 겁니다.


설겆이 잘해 놨더군요.

물론 두놈이서 닭찜 한통을 맛있게 비우구요....자기 전인데도 적지 않은 양의 닭찜을 다 비우는 걸 보니 쇠도 녹일 식욕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습니다.

 

“엔간히 먹어라! 돼지들아....” 했더니 이렇게 맛있는 걸 체중 뺀다고 못 먹는 아빠가 무지 불쌍하답니다. 짜식들...이 세상에 애미 애비 되는 인간은 항상 불쌍하다는 사실을 아직 잘 모르는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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