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에 S사에서 제조된 로터리인가 나발인가 하는 석유난로가 하나 있는데 전입한 날부텀 불완전 연소로 생골이 아프던 거였다.
무슨 난로가 위로는 열이 없어서 주전자 물이 한달이 넘도록 끓지를 않고 옆으로만 바람을 불어 내니 실내 공기가 건조한 것은 물론 눈이 따가운 것이다.
그러니 직원들이 왼종일 창문을 있는 대로 다 열고 일하는데 그럼 난로를 피우나 마나 아닌가? 도대체 왜 그러고 사는 건지?
과장이란 양반이 들어오더니 질식하겠다고 얼릉 나가 버리는 것이 씨방 자기만 살겠다는 거 아닌가?
제조사에다 전화를 하니 이리가라 저리가라 하길래 주문대로 번호를 또박또박 눌렀더니 여자가 나오고 또 남자를 바꾸고 하더니 결국은 출장비 타령에다 열이 위로 가도록 구조 변경을 맘대로 못하게 법이 그리 되어 있다느니 하는 것이다.
돈 주고 산 난로도 내 맘대로 못 고쳐 쓰는 그게 뭔 법이라냐? 오전 노가다 마치고 총각 직원 하나를 불러 오늘 난로 한개 부수자고 합의를 한 뒤에 완전 분해해서 연구 작업에 들어갔다.
뚜껑 아래 장착된 선풍기 같은 회전 날개를 뜯어내고 전선을 잘라 버릴까 하다가 뭉쳐 둔 후에 플러그를 꽂으니 작동에 불이 들어오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이놈의 불이 붙어야 말이지...! 깜빡이는 걸 자세히 보니 점검이라고 되어 있다.
반풍수 집구석 말아 먹는다더니....대저 기계란 것들이 대부분 멍청이들이라 안 돌아가지만 날개를 얹어 두고 해보자 싶어서 갖다 버렸던 날개를 찾아와 도로 올려놓고 켜 봐도 넨장 안 되는 것이다.
총각이 새 걸로 사 달라 해야 되는 거 아니냐? 고.....뭣도 모르는 놈이 괜히 건드려 가지고.....하는 눈치다. 형님 엿되는 순간이다. 난로를 새로 풀렀다. 아무래도 뭔가 빠진 것 같아서 날개를 이리저리 돌려 봐도 영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다.
근데 난로가 뜨거운 물건이니 뭔가 열을 감지하는 센스 같은 게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퍼뜩 드는 것이다. 다시 날개부분을 자세히 살피자니 단추 같은 게 있길래 떼 내어 잘라 버릴까 했던 전선 두가닥 사이에 끼워 보았다.
히히히~~~
난로~~~!
냄새 하나 없이 주전자 물이 썰썰 끓는다. 그제사 짜식들이 우르르 난로 가에 모여 앉아 냄새 하나 안 나네....형님 오고 나서 사무실이 엄청 깨끗해졌네.....알랑방귀를 뀌고 히히덕거린다.
노가다 일이 많은 탓인지 사람들이 근무환경에 아주 무감각하다. 어제 밀대로 창문을 깨끗이 닦았더니 하늘에 구름이 안 보인다는 인간들이다.
체질을 바꿔서 같이 먹고 살려면 꽤나 애 좀 먹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