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억쑤로 쏟아지는 토요일!
시골 학교에서 백일장을 한다고 해서 머리수 채우러 갔었습니다.
한 학년에 학급 수가 하나 뿐인 전교생 200여명의 작은 시골학교는 이름 그대로 참으로 아름다운 배움터였습니다.
반에서 제일 덩치가 작은 아이
그래도 제가 나이가 어리고(헉!) 얼굴이 동안(이론!) 이라선지 1학년 학급을 맡으라고 해서 연세 좀 있으신 여시인님과 파트너가 되서 담임선생님을 따라 1학년 교실에 갔더니....아이구 이건 교실이 아니라 그냥 동네 놀이터인 기라요.
울고 뛰고 싸우고 소리 지르고....담임선생님이 소개를 해주시고 나가버리니 이건 완전히 광에 송아지 가둬둔 거 하고 다를 게 없쉽니다.
백일장을 시간 안에 끝 낼 수 있을 것인지 헷갈리더군요. 쪼매라도 조용히 시켜서 원고지에 제목 쓰는 법이라도 가르칠라고 하던 여시인님이 학을 떼시면서 세상에 이런 애들은 처음 본다고 손을 훼훼.....ㅋㅋㅋ.
운문이 뭔지 산문이 뭔지도 모르는 아이들한테 글짓기가 대숩니까? 칠판에다 글제를 신발과 색연필을 써놓고 그냥 가만히 한 5분을 기다리고 서 있으니 애들이 스스로 조용해지더군여.
기념사진 한장
집중시간이 3분을 못 넘긴다고 하더이다. 그렇게 달래고 어르고 맞장구치고 해서 백일장을 마쳤는데....그 대표적 작품을 소개해 올리리다.
제목 : 색연필
색연필 색깔은 12개이다. 끝.
제목 : 신발
아버지 신발은 발꼬랑내가 난다.
상은 누가 받았는지 모르겠습니다. 격려 차원에서 될 수 있으면 상은 많이 주기로 했지만은.....1학년 담임 한번 해보고 싶어유~~~!
나는 왜 맨날 뒤통수만 찍어주는 거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