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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야그

예의없는 농사꾼

★진달래★ 2008. 11. 14. 13:20

 

 

지난 이틀 동안 직원의 1/2을 차출해서 단감농가에 봉사활동을 다녀왔습니다. 이놈의 봉사활동이란 것의 문제가 뭔가 하면 정말 일손이 부족해서 손도 못 대고 있는 소규모 농가는 전혀 지원을 받지 못하고 큰 산이 하나 통째로 단감농장인 대규모 --- 농가에 집중된다는 것이지요.


안 봐서 모르겠지만 아마도 지원 대상 농가선정에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어쨌든 단감밭이 있는 산 정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보니 단감농장의 규모가 얼마나 거대하던지? 이 정도 규모의 단감농가는 돈 주는 일꾼을 구해서 단감을 따는 게 맞다! 라는 생각과 함께 월급쟁이가 재벌농장에 와서 무슨 봉사활동이라냐....생각이...쩝ㅠㅠ


근데 산비탈을 오르내리면서 감 따는 작업을 시작했는데 거시기 주인양반 태도가 영~~~이건 완전히 머슴부리는 주인 행세를 하는 겁니다. 입 바른 직원이 주인 들어랍시고 “사장님 오늘 날씨도 뜨거운데 새참으로 막걸리 한잔 없습니까?” 했더니 먼 산만 바라보더이다.


 

 

30명 가까운 직원이 오후 4시 30분까지 감을 땄으니 일당 주는 셈을 치면 주인 양반은 많이 번 것인데 물 한잔도 안주니 세상인심이 참 각박해졌습디다.

 

작업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오는데도 고생했다! 고맙다! 라는 말도 안하니 뭐 주고 뺨 맞은 느낌이랄까? 아마도 저런 쫄병들한테 예의 차릴 필요 없이 높은 분한테만 인사하면 된다! 라는 생각을 하는 듯!


다음날 또 직원 1/2이 그 농장에 봉사활동을 나갔는데 어라...오후 1시가 좀 지나니 전부 사무실로 들어온 겁니다. 무슨 일인지 알아봤더니 글쎄,


그날은 다른 공기업 직원들도 봉사활동을 나왔더라는 겁니다. 인원이 많아서 일찍 끝나겠거니 해서 작업을 시작했는데 그 예의 없는 주인이 또 머슴 부리듯 잔소리를 해대니 공무원 아닌 공기업 직원들이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 미쳤다고 일을 해주냐? 고 화를 내면서 바로 철수를 하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우리 직원들도 같이 묻혀서 하산을 하고....

 

명령에 죽고 사는 공무원들이야 아니꼬운 대우를 당해도 속으로만 10원짜리 100원짜리를 날리면서 일을 하지만 공기업 직원들이야 어디 그렇습니까? 참 고소하다는 생각이 들더이다.


 

 

사람은 어디가나 제하기 나름인데 막걸리 몇 통에 고맙다는 예의만 차렸어도 이틀 동안 단감 많이 땄을텐데 안타까운 일이지요.


곧 서리가 내릴 터인데....그 싸가지 없는 주인 영 밥맛이 없었을 겁니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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