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히면 얼마나 아플까요? 아마 고통이 몇 배 더하겠지요!
따르는 후배 중에 정의감이 출중하고 의협심 강한 친구가 하나 있습니다. 덩치도 산만해서 한주먹하게 보이는 것이 좀 우락부락하지요. 누구든 나한테 좀 불손하다 싶으면 멱살을 잡아 던져버리는 다혈질이기도 합니다.
ㅋㅋ 이런 면이 돋보였는지 몇 년 전 바다이야기라는 불법 파친코가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갉아 먹을 적에 그걸 단속하는 파트로 갑자기 전보가 되더군요.
머리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면 단속하는 자리에 가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어쩝니까? 특별명령관계의 구성원이 종이 한 장 받으면 가야 되고 하기 싫으면 막살 놓는 도리 밖에는 없지요.
몇 개월 동안 그 업계의 사나운 바지사장들과 부딪치며 죽이니 살리니 단속업무를 잘 해나가는 듯 해보였습니다. 사실 그 때 파친코 가게의 하룻밤 수입이 기천만원이다 해서 시내 곳곳에 자고나면 서너개씩 오락실이 생겨날 즈음이었지요.
그러다보니 돈벌이에 눈이 벌개진 파친코업계가 단속반이 달가울리 있습니까? 어깨들을 고용해서 사무실까지 찾아와 책상을 뒤엎고 살벌하게 부딪치는 일이 많을 수 밖에요. 그러니 늘 경찰들과 함께 단속을 나가는 모양입디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친구에게 위기가 닥치더군요. 단속 나가 압수한 파친코 기계를 유관기관 창고를 빌려서 보관해 뒀는데 이게 갑자기 사라진 겁니다.
난리가 났지요. 기계가 고가인 것은 물론 보관상의 적정, 책임문제가 불거지면서 몇날 며칠을 검찰청에 불려 다니고 게다가 업자와 짜고서 기계를 빼돌린 게 아니냐는 오해까지 받으며 스트레스로 거의 반죽음에 이르게 된 겁니다.
그러다가 출근하는 아침에 차에서 내리며 의식을 잃고 쓰러졌고 심장박동이 멈춰 온 시청이 떠들썩했지요. 다행히 빠른 이송 덕분에 죽었다 살아나면서 현재는 평생을 치료받아야 하는 중증환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 후 출장소로 좌천되어 좀 편안한 업무로 살만하다는 소식을 듣고 있었는데 어제 신문과 뉴스를 보니 그 사건의 결과가 드러났더군요.
합동단속을 나갔던 그 경찰이 업자와 짜고 오락기계를 훔쳐내 반타작으로 팔아먹었을 줄 누가 짐작이나 했겠는지요?
어제 전화와 이제 발 뻗고 자게 됐다고 웃더만은 아직 어린 데 그 사건으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어떻게 살아갈지...ㅊㅊㅊ? 언제 어디서던 도움이 되는 동료를 만나야 자다가도 떡이 생기는 법인데....왠수는 항상 가까이 존재하는 모양입니다.
(뉴스)
'베스트 경찰' 압수된 오락기까지 팔아먹다 구속
6천여만원 뇌물에 오락기 98대 팔기도
경남CBS 이상현 기자
불법 성인오락실 단속 실적으로 베스트경찰로 뽑힌 경찰이 오락실 업주들로부터 거액의 뇌물을 받는 것은 물론, 압수된 오락기를 마음대로 훔쳐 되판 혐의로 구속됐다.
창원지법 허미숙 판사는 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창원지검으로부터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해경찰서 소속 김모 경사에 대해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지난 2004년부터 4년여 동안 김해 경찰서에서 불법사행성 게임장 단속업무를 봐오던 김 경사는 지난 2007년 4월 오락실 업자 허모 씨로부터 단속정보를 미리 알려달라는 청탁과 함께 300만원을 받는 등 모두 수 십여 차례에 걸쳐 단속무마를 대가로 6천300여 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김 경사는 압수된 오락기가 허술하게 보관된다는 사실을 알고 지난2007년 6월 김해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위탁 보관하던 압수된 오락기 98대를 오락실 업자 등과 짜고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오락기를 훔친 조모씨 등이 김해경찰서 형사과에 용의자로 지목되자 이들 사건이 잘 무마될 수 있도록 로비를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2천만원을 받아 변호사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김 경사는 지난 2007년 4월 오락실 단속 유공을 인정받아 경남경찰청에서 선정하는 '1/4분기 베스트 경찰'에 선발됐으며, 지난 16일 검찰에 긴급 체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