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애들야그

이율배반

★진달래★ 2009. 3. 11. 09:41

 

 

“안한다고 했는데도 9표가....!”

 

마누라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제 6학년이 된 늦둥이가 어저께 학교에서 회장 선거를 했던 가 봅니다. 그날 아침부터 아니지요....며칠 전부터 마누라가 다짐을 놓더이다.


“절대 회장하면 안 된다....엄마 아빠 살기 힘드니까 입도 벙긋하지 마!”


그래서 친구가 추천을 했어도 절대 사양한다는 발언을 미리하고 투표를 했다네요. 그런데도 9표가 나와서 부회장이 됐다는데, 그래도 못한다고 하니 담임까지 나서서 왜 못하느냐고? 물어서 입장이 매우 곤란했었다는....ㅎㅎㅎ,


좌우지간 그렇게 사양을 해서 이웃 고급 아파트에 사는 여학생이 부회장이 됐다는데 그 집에서는 경사였는지 두당 쿨팝인가 뭔가 하고 햄버그 한개 씩을 쐈다고 합니다.


늦둥이 하는 말이 “얻어먹으니까 확실히 더 맛이 있더라!”고 하는데, 제놈이 감투를 써서 가난한 애비가 쿨팝을 쏠 때는 가슴이 좀 아팠던 가 봅니다, 아이구머니나!


있는 집에서는 회장을 못시켜서 난리고 없는 집에서는 그놈의 감투를 쓸까봐 난리이고....좌우지간 늦둥이 모친은 좀 편하게 6학년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ㅊㅊㅊ, 늦둥이에게 새로운 갈등이 하나 생겼나 봅니다. 무슨 생각에서인지 담임선생이 토요일마다 감투 쓴 아이들을 따로 집으로 불러서는 과자파티도 열어주고 영화도 보여주고 짜장면도 사 먹이고 한다는데 그게 못내 부러운 가 봅니다.


아마 아이들이 고생한다고 위로차 선생님이 그러시는 모양인데 그 참....아이들 사이에 생각지 못한 위화감이 조성되는 모양입니다. 늦둥이 모친 왈 : 그런 거는 얼마든지 엄마가 해준다고 걱정 말라! 고 하지만서도 그게 반애들하고 같이 어울려서 노는 거하고 기분이 같을 수야 없겠지요.


어쨌던 마누라 수판에 의하면 회장감투를 안 쓰는 덕분에 경리상으로 얼마가 굳었고 정신적으로 아주 매우 편하게 살게 되었다고 좋아하지만 초등학교 다니는 자식에게 빈익빈 부익부의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음은 정말 기분 나쁜 일이 아닐 수 없겠습니다.


넨장 떠그랄....오늘도 이 세상의 무수한 가난한 부모와 그 자식들은 돈 앞에 주눅 들어 갑니다요!

'애들야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늦둥이 편지^^  (0) 2009.05.08
체험활동 숙제한다고...  (0) 2009.04.12
불량한 핸폰요금^^  (0) 2009.01.21
늦둥이의 첫 데이트  (0) 2008.12.15
검사후보  (0) 2008.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