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가기는 그렇고 얼마를 넣지?”
마누라 궁시렁거립니다. 이웃 아파트에 사는 등산멤버가 올 사법고시에 최종 합격한 아들의 축하연을 여는데 초청을 했나 봅니다.
“봉투는 뭔 봉투! 없는 놈이 그냥 가서 많이 먹고 와!”
정말 축하할 일입니다. 5년 만에 합격한 것만 해도 경사인데 그것도 검.판사 임용이 가능한 성적이라니 부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그 아파트 주민이 축하 플래카드 거는 걸 두고 설왕설래 말이 많답니다. 왜냐하면 같은 라인에 사는 다른 집의 아들이 이번 사법고시에 낙방한데 실망하여 19층에서 투신자살을 했거던요. 한 동안 주위가 떠들썩했었습니다. 플래카드는 안 거는 게 좋을 듯합니다.
어떤 호사가들은 말을 지어내기를 죽은 그 집 아들의 기가 몰려서 합격한 것이라고 고마워하라고 했다나 뭐라나....! 좌우지간 그 집에 대한 소문이 온 동네를 쫘악 도는데 형제들이 모두 s대 출신에다 “사”자 돌림으로 출세를 했다고 합니다.
이번 합격을 계기로 아파트도 세놓고 경기도 쪽에 큰 전원주택을 지어 이사를 간다고 하는데 마누라가 뷔페 가서 그 집 자랑 들어주느라 밥이나 옳게 먹고 올지 모르겠습니다.
자연히 오늘 아침 우리 집 식탁 메뉴도 역시 검판사 이야기였습니다. 가문의 영광이라느니 옛날 같으면 열쇠를 몇 개 가지고 매파가 들락거린다느니 하는데 가만히 듣고 있던 늦둥이도 그게 그렇게 좋은 거면 자기도 검사 한번 해보겠다고 다짐을 놓더군요.
그래서 검사가 되려면 뭘 공부해야 되는지에 대해 법전을 이야기하는데 에이그....책이 너무 많고 두껍다고 검사 되는 거는 잠시 재고해 보겠다는 겁니다. 그러면 그렇지...ㅋㅋ
그래서 검사는 다음에 하고 수학시험이나 한번 90점 받아보는 게 어떠냐고 했더니 금새 시무룩해져서 밥이나 얼릉 먹고 오늘 추워서 학교까지 태워다 주께 했더니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면서 아빠 최고! 라고 좋아합니다.
ㅎㅎㅎ 검사고 나발이고 간에 우리 집은 늦둥이 재롱에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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