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금을 요구하더군요. 기말고사도 잘 봤으니 친구 셋과 CGV가서 만화영화 한편 때리고 햄버그 먹고 스케이트장 간다는 것이었지요.
저번에도 한번 영화 보러 간다고 철떡 같이 다짐을 하더니 친구가 펑크를 내서 못 간 전례가 있었기에 이번에도 또 그럴거니 해서 씩 웃고 말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토요일 아침 7시에 준비한다고 부산을 떠는 것이었습니다.
마누라가 이번에는 진짜 갈 모양이다 싶었는지 옷을 챙겨주고 행선지를 물어보면서 살살 조사를 해봤더니 ㅎㅎㅎ이놈이 여자친구랑 짝 맞춰서 네 명이 간다는 겁니다.
여자 친구 누구하고 가냐고 했더니 연서하고 간다길래 너 그럼 자은이는 어쩌고 연서랑 놀러 가냐고? 자은이도 이 엄청난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하니 자은이는 살이 너무 찌고 체중이 60kg이나 돼서 쪽팔린다고 하면서 사실은 자은이 몰래 간다고 하더군요ㅋㅋㅋ.
좌우지간에 21,000원씩이나 얻어가지고서는 신나게 나가는 걸 해지기 전에 들어오고 종종 전화를 하라고 했더니 핸폰 없는 사람은 저 혼자뿐이라면서 연서가 핸폰 없느냐고 물어봐서 학교 올 때는 안가지고 온다고 뻥을 쳤다고 합니다. 결국 뽀록난다고 안가지고 간다는 걸 억지로 제 엄마 폰을 가지고 가게 됐네요.
마침 토요일 내게도 출판관계로 교정 작업이 있어서 회의 중이었는데 데이트 중간보고가 속속 문자로 날아오는 겁니다.
“아빠 열심히 가고 있는 중!”
“만화영화 보고 있는 중”
“스케이트 신나게 타고 있슴다ㅋㅋ”
“아빠 햄버그 먹고 있어요(점심)”
“홈플러스에 있는데 집에 갈 때 태워 줄 수 있음까**”
4시 29분쯤 되니깐
“먼저 들가욤ㅋㅋ” 하는 문자가 왔군요.
편집회의하면서 문자가 띵똥할 때마다 회원들이 또야? 하면서 내용을 궁금해 했는데 일요일 피곤해서 못 일어나겠다는 놈을 깨워 목욕탕에서 때 밀면서 만화영화 본 이야기를 물었더니 이거 원~~~! 제목도 기억이 안 나고 영화내용도 하나 기억이 안 난다니 도대체 극장에서 뭘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엄마가 돈 내고 극장가서 영화 안보고 뭐했냐고 하니....시간이 왜 그렇게 빨리 지나갔는지? 모르겠더라네요. 아마 조조영화를 봤을 터이고 관객도 별로 없는데다가 콜라 팝콘 먹으면서 영화는 뒷전이고 얼마나 떠들었을지 안 봐도 비디옵니다.
큰놈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되도록 여학생하고 데이트 뭐 이런 게 없었는데....시대의 변화가 빠름을 실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