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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야그

승진대상자!

★진달래★ 2009. 6. 24. 09:49

 

비 그치고나니 잠자리 보이고 

 

 


어제 승진 대상자에 포함됐다는 공문이 떴더군요. 아니 한 5분여 전에 정보 빠른 부서에 있는 지인으로부터 대상자에 포함이 됐더라는 연락이 오긴 했지요.


1명 승진에 대상자로 오른 3명의 면면을 보니 제가 꼴찌인 듯했습니다. 한 사람은 발령 동기인데 정년이 가까운 사람인지라 인지상정으로 점수가 더 갈듯하고 한명은 나이가 많이 어리지만 오랫동안 시장의 측근에서 제법 관제 순이 높은 부서에서 근무해온 베테랑이고 -_-


뭐 기대를 버리는 게 맞겠더군요. 그 동안 크게 뒤처지지 않고 제때 승진을 한 것만도 고마운 일인데요. 근데 막상 서열에 들고 보니 지금은 승진기한 5년을 넘기고 대우꼬리를 좀 오래 달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본청에 있는 아는 상급자들에게 전화를 해서 어디 부탁을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하고 의견을 물어봤더니 다들 가만히 있으라는군요. 뭐 객관적으로 봐도 제가 꼴찌라고 다음 기회에 전력투구를 하랍니다. 아군인지 적군인지???? 그래도 열심히 뛰어보라고 말을 해주는 게 맞는 거 아닙니까요?


일단은 그러겠노라고 마음을 비우고 편히 일하고 있었습니다. 퇴근시간 즈음에 여러 지인으로부터 전화가 오기 시작하는데 다들 열심히 뛰고 있냐고 묻더군요. 포기했다고 말하니 그 무슨 되도 안한 말을 하냐고? 쌓은 인맥을 어디에 써먹을거냐고 당장 나가서 코피 터지게 뛰라고 합니다.


청탁하면 절대 승진 안 시킨다고 시장이 그러지 않았냐고? 하니 보기보다 참 순진하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에 그거 안하고 된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랍니다. 그런 건 단지 대외발표용 이론일 뿐이라는 거죠!


이번에는 기대를 하지 말고 그냥 있으라던 마누라도 그런 말을 들었다고 하니 그 말도 일리가 있네! 합니다. 늦어도 2~3년 안에 된다고 생각하고 편하던 마음이 금새 2~3년이 얼마나 긴 세월인데?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는 겁니다.


여자 말을 안 들어서 주둥이 터지고 무릎 다 깠으니 이번에는 여자 말을 한번 들어보리라 작정을 하고 마누라 더러 어쨌으면 좋겠냐고 물으니 누구든 만나서 부탁을 한번 해볼래? 합니다.


여태껏 남에게 아쉬운 소리 한번 해본 적이 없으니 참으로 속이 답답합니다. 이 사람 저 사람 손꼽아 보니 다들 모른 체 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게 또 얼마나 부담을 줄 것인지 상상이 안 갑니다.


대저 대한민국 모든 관공서의 인사라는 것이 학연 지연 혈연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것이고 보면 사돈의 팔촌도 하나 없는 객지에 와서 먹고 사는 저 같은 처지에서 믿을 거라고는 그냥 제 능력 제 몸둥아리뿐입니다.


휴우~~~ 그래도 그 놈의 발표가 기다려지는 것은 또 무슨 심보인지? 혹시나 삼신할매가 굽어 살피시어 저를 점지해 주시는 게 아닌가 싶어서 오늘도 꿈을 꿉니다. 로또 당첨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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