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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야그

고향까마귀

★진달래★ 2009. 7. 22. 10:30

 

호박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수화기를 들자마자 잘 지냈냐면서 사돈의 8촌까지 미주알고주알 안부를 캐고, 40~50년 헤어져 살았던 이산가족 상봉 흉내를 내면서 아무 탈 없는 내 건강을 눈물겹도록 걱정을 해준다면 이것은 필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전화 상대임에 틀림없는 일입니다.


앞뒤도 없이 그냥 통성명만 한 상태에서 고향친구 혹은 학교 선후배라고 덥썩 반가운 체를 해가지고서는 그 얼마나 고민하고 직원 간에 민폐를 주고받는 일을 많이 겪어왔던지-_-


어제 퇴근 무렵에 고향이 어디어디시고 무슨 중학교 27회 아니냐? 고 호구 조사를 하는 전화를 받았을 당시에 퍼뜩 뒤통수를 휘갈기는 것이 있었으니 그 호구조사 당사자가 번연히 내가 맞음에도 불구하고 전화 잘못 거셨습니다! 하고 조용히 수화기를 내려놓을 당시에는 내 자신이 얼마나 비겁하고 치졸해지는지.....ㅊㅊㅊ. 우울해지더군요.


일전에 고향 동생이자 고등학교 후배가....점심 한번 하자고 하도 반가워하기에 사무실 로비에서 차를 한잔 대접했더니 그 다음날 부인오고 이모 보내고 할머니까지 민원도 아닌 민원을 들고 찾아와.....해결하는데 석달을!


커피숍에서 우연히 만난 고향 후배 하나는 뜬금없이 찾아와서는 건강식품 영업한다고 50만원짜리 인삼주를 놔두고 가지를 않나?


어디서 연락처를 알아오는지 택시 승차거부 단속을 당했는데 좀 빼달라느니 제대로 시설도 갖추지 않았으면서 식당허가가 늦어진다고 난리를 떨지를 않나? 주차위반 스티커까지....이젠 고향사람이라고 전화번호를 물어보면 질리기부터 합니다.


자연 그러다보니 고향하고 관련되는 모임이나 동창회는 저절로 몸을 움츠리게 되는데 어제 또 기가 막히게 내 뒷조사를 마친 누군지 모를 인간으로부터 나를 확인하는 묘한 전화가 왔던 것입니다.


느낌에 이건 100% 부탁하는 일이다 싶어 전화를 잘못하신 거라고 막무가내로 수화기를 놓긴 했습니다만 이렇게 사는 게 과연 맞는 짓인가 싶어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부탁하는 사람이야 아주 별거 아닌 일일수도 있지만 그게 또 받아 놓고 보면 해결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기에 참 고민스럽습니다. 요즈음에는 뜸합니다만 공직자는 신분이 확실하다고 뻑하면 부탁하는 보증이라든지 명의를 빌려달라는 부탁은 정말 사람을 화나게 합니다.


진정으로 고향을 아끼고 사랑하는 인간이라면 고향과 관계되는 사람을 이용하려 들지 말아야 될 것입니다. 1년 동안 아무런 연락하나 없다가 재계약할 때만 되면 기가 막히게 전화질 해대는 자동차보험 영업사원처럼 고향 팔아먹는 고향까마귀 정말 NO!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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