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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야그

공부방

★진달래★ 2010. 3. 14. 18:01

 

 

 

2세가 서울로 공부하러 가고나니 빈방이 하나 생기네요! 모처럼 휴일을 다 찾아먹을 수 있는 기회가 와서 아들 방을 청소했습니다. 고등 3년 동안 수능준비하면서 본 책들을 골라 정리하니 버릴 게 산더미 같더군요. 기숙사에서 버린 책만 해도 다섯 박스가 넘었는데....이게 다 얼마치야?


한권 한권 페이지를 넘겨보니 참 열심히 공부했구나 싶은 생각도 들면서 포장도 안 뜯은 책이 보일 때에는 성질이 좀 나더군요. 외고 입학식 때 교장샘이 통달시키겠다고 강조했던 영어, 일어, 중국어였는데, 일어와 중국어는 별로 잘하는 거 같지가 않더이다. 사실 졸업할 때 외국어 품질1급 인증서를 받은 건 영어뿐이었지요ㅠㅠ.


책을 크기별로 묶은 후에 늦둥이 방의 작은 책상과 책장을 들어내 현관 앞에 내다놓고 늦둥이 공부방을 새로 꾸몄습니다. 늦둥이 책상을 정리하느라 다 꺼내놓고 보니 ㅎㅎㅎ. 어릴 때 가지고 놀았던 온갖 딱지와 구슬 스티커 카드들이 차곡차곡 얼마나 많은지? 작은 박스에다 보물1호 2호...뭐 이렇게 적어놨더군요. 모두 버리라니까 한참을 들여다보고 앉았더이다.


책과 가구를 아파트 마당에 내려놓고 차를 가지러 갔다 와보니 19층에 사시는 할머니께서 반갑게 인사를 하시더군요. 버릴 책이라면 자기를 달라시면서! 친척분이 고물상을 하신다더군요. 그러는 사이 쓰레기 버리러 나왔던 아줌마들이 초등생 아들에게 준다고 책을 골라가고.


약한 척하는 마누라랑 둘이서 책상과 책장을 들어다 분리수거 장소에 내다 놓고 경비실 영감하고 분리수거비를 이야기하는데 어이쿠! 버리는 데도 적지 않은 돈이 들더군요.


마누라 더러 흥정 좀 해보라고 눈짓을 하니, 흐미....나 더러 해보라고...말 잘하는 사람이 이럴 때 말 안하고 뭐하냐고? 넨장! 흐흐...유리값 2천원은 깍아주더군요. 암 말도 안했는데도^^


뭐든 집에서 형 다음이라고 불만이던 늦둥이가 훤하게 만들어진 제 공부방에 기분 좋아하더군요. 돈이 좋긴 좋은 건지? 늦둥이 책상이 내 사무실 책상보다 훨 크고 때깔 나 보입니다. 흠....자식이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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