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원어치
“우리 식구 한 끼 끓여먹으려면 5천어치는 사야 된다!”
아침밥 먹으면서 마누라가 쑥국이 보약이라면서 그러더군요. 작년에는 3천어치만 사면 됐는데 쑥도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그럼 오늘 운동 삼아서 쑥 좀 캐지?”
"나도 바쁘다! 내가 뭐 노는 줄 아나?“
“뭐가 바쁜데...어디 출근하나? 일자리 구했나?”
그새 눈동자가 커지면서 도다리눈이 됩니다.
“내가 이 나이에 언덕배기에 엎드려서 궁딩이 다 내놓고 쑥 캐야 되겠나? 씨이익~~씩!” 콧김이 다 내뿜어지려고 합니다.
“노느니 염불한다고 할일이 뭐 있노? 쑥 캐서 5천원이나 벌지!” 라고 하는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아침부터 쌈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ㅠㅠ.
“마! 사지 마라. 시장에 파는 쑥이 어디서 캔 쑥인지 알 수나 있나? 깨끗한 데 걸 캐서 먹어야지! 사업소 정원에 가면 쑥이 꽉 있다. 내가 점심 때 캐 오께!”
“뭐 그러든가ㅠㅠ......작년에도 당신이 쑥 캐온 걸로 끓여 먹었지 아마!”
마누라가 쪼끔 풀어집니다. 흠-_-
군대서 노래 한번 잘했다하면 제대할 때까지 그 노래시키더니만 집구석도 군대 닮아가는 건지? 작년에 쑥 캔 거는 어찌 그리 기억을 잘 하는지 하여튼 간에 사업소 있는 한에는 해마다 쑥을 캐야 될 거 같은 삘을 받습니다.
도시락 까먹고 열심히 쑥을 캤습니다. 오늘 따라 바람은 왜 글케 불어대는지 쑥봉다리가 자꾸 날아가서 안에다 돌덩어리를 하나 담아서 쑥을 캤네요.
어디가나 서방들은 처자식 먹여 살리려고 이렇게 샛바닥이 서발로 빠집니다ㅎㅎㅎ. 한 5천원어치는 되겠지요? 쑥 캐면서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세상에 나 같은 이런 서방도 잘 없지 싶습니다.
마누라가 알기는 할랑가? 그렇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