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부시럭..부시럭..통통통~~ 주방에서 뭘 하는지? 모임 갔다가 안 그래도 늦게 잤는데 뭘 그리 열심히 하는가 싶어 들여다봤더니 아들에게 보낼 보급품 만드는 중이었습니다. 엊그제 아들이 전화를 해서 호박죽이 먹고 싶다고 한 모양인데 그거 끓여 보내는 김에 이런저런 거 한 보따리 같이 택배로 보낸다는 거지요.
부모라는 게 뭣인지? 방학 때 그리 뒹굴거리는 게 보기 싫다던 사람이 뭐 먹고 싶다고 전화만 오면 손발이 안 보이도록 날라 다니니 신기한 일입니다. 늦둥이 말마따나 돈 보내주는데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나가서 사먹지 엄마를 그리 고생시키느냐고 해도 촌놈이 돼서 그런지 혼자 사먹는 게 영 낯간지러운 모양입니다. 언제 좀 넉살이 늘어나려는지?
호박죽 끓여 얼리고 주문한 떡이랑 각종 채소 썰어 담고 간식꺼리 담으니 아이스박스가 꽉 찹니다. 1학년 마치고 군엘 가랬더니 과 친구들이랑 2학년 1학기 마치고 군대를 가기로 약속을 했다는데 나중에 복학하면 친구들이 없을까봐 그리 했다 합니다. 하긴 여학생들이 버글거리는 과라서 그렇기도 하겠지요?
어쨌거나 객지인 서울에 혼자 가서 재미 붙이고 학교 잘 다니는 것만 해도 고마울 따름이니 택배비 좀 드는 거야 감지덕지지요. 게다가 이번 신입생에 외고 후배 여학생이 한 명 사범대에 입학했다고 좋아죽으려고 합니다. 저거 엄마한테 슬쩍 흘리기를 2학년이 되면 일학년 후배 점심 챙겨줘야 한다고 용돈도 좀 올려달라고 했다더군요.
자식이 뭔지? 이제 대출금 빚쟁이가 됐는데 연말정산에 교육비가 들어가서 그런지 낸 세금을 돌려받게 되어 저도 13월의 봉급을 받아보게 되었습니다. 살다가 보니 세금 돌려받을 일도 다 생기고....살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