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저께 아침에 퇴근을 하려는데 차 시동이 안 걸리더군요. 아마도 문을 잠그지 않아 실내미등이 켜져 있던 탓에 밧데리가 완전 방전된 거였습니다. 보험회사에다 긴급 구조전화를 했더니 밧데리 충전을 하러 온 기사 왈, 4년 된 차 엔진룸이 이렇게 깨끗한 차는 처음 본다! 하더군요.
다음날 출근을 하다가 간 떨어질 뻔한 일을 당했습니다. 오르막길도 아닌데 차의 속력이 줄어들면서 RPM이 3,000까지 올라가는 겁니다. 속력이 줄어드니 엑셀레이터를 더 밟게 되고 RPM이 4,000까지 오르면서 엔진 소리가 윙윙하더군요.
순간적으로 양깜빡이를 키는 순간 도로에는 순식간에 차가 밀려 빵빵거리고 식은땀이 흐르더군요. 고속도로였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일이 벌어질 수도 있었을 겁니다. 오도 가도 못할 1차선이다 보니 차를 뺄 수가 없어서 중앙선에 걸쳐 차를 세웠습니다. 10여분쯤 서 있다가 다시 시동을 걸어 출근을 하는데도 여전히 RPM이 정상이 아니더군요.
간이 조마조마한 걸 천천히 차를 몰아 평소 들리던 써비스센터에 갔더니 써비스 직영점으로 가서 정밀점검을 받아보라고 하더군요. 전화로 수리예약을 하고 사무실로 오는데 웬걸 차가 멀쩡한 겁니다. 비번일 아침에 차를 가지고 써비스 직영점으로 갔습니다. 예약시간 10분이 지나도 써비스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고객에게 수리비의 몇 %를 할인해 준다느니 하는 고객다짐 문구가 걸려 있더만 별로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지 않더군요.
시간이 좀 지나 기사가 키를 받으러 왔는데 상황설명을 하니 고개를 갸우뚱하더군요. 뭐 세상에 그런 일이? 라는 표정이더군요. 시동을 걸고 오동작을 체크하는 테스트기를 물리고 있더니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겁니다. 이런 경우가 정말 사람을 폴짝 뛰게 만드는 겁니다. 사고 날 뻔 했는데 무슨 소리냐? 잘 좀 체크를 해 보시오! 했더니 그럼 같이 차를 한번 타보자 하더군요.
써비스기사가 운전을 해서 동네를 한 바퀴를 돌았습니다. 지가 기름 값 안 낸다고 그러는지 얼마나 속력을 내던지? 넨장! 결론은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겁니다. 이대로 차를 타시다가 또 그런 현상이 일어나면 다시 들리랍니다. 참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닙니까? 그러다가 사고라도 나면 뒷북을 치겠다는 소린지?
참 기가 찰 노릇입니다. 기계는 거짓말을 안 한다고 들었는데. 이게 뭔 조화인지? 이해가 안 된다고 그러니까 밧데리가 완전 방전이 되면 그럴 수가 있다면서 밧데리를 갈아 보시지요? 합니다. 이건 뭐 안다는 건지? 모른다는 건지? 이것도 저것도 안 되면 부품이라도 갈아보자는 일부 얄팍한 카센터의 장삿속 같은 소리 아니겠습니까? 모르긴 해도 밧데리 문제는 아닌 거 같거든요. 일주일을 세워뒀다가 시동을 걸어도 엔진소리만 우렁찬데...쩝!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지 못하니 마음은 개운치 못합니다. 차만 타면 이젠 자동으로 눈이 계기판에 머뭅니다. 12월 초순이면 친정에 김장하러 갈 마누라가 젤 걱정이 많습니다. 불안해서 어찌 타고 가냐는 겁니다. 참 어설픈 걱정거리가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