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애들야그

팔불출!

★진달래★ 2011. 5. 1. 11:16

 

감나무는 잎이 돋고

 

 

몇 주 전에 아들이 공군에 지원을 하겠다고 고교생활 기록부를 발부받아서 보내주는 서류와 함께 병무청에 접수를 해달라고 하더군요. 고등학교 생활기록부는 그 말 많고 탈 많았던 NEIS에 접속하면 온라인으로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택도 없더군요.


가까운 학교 서무실에 가서 팩스로 받아야 된다기에 사무실 근처의 초등학교에 갔었지요. 여직원 둘이 아주 조용하게 앉아 있는데 용건을 말하면서  학교를 말했더니 바라보는 눈빛이 쬐끔 달라지더군요. 아들이 졸업한 학교가 시골에서 좀 명문이지요.ㅋㅋ


자판을 한참 두드린 후에 고교 서무과와 통화를 하더니만 팩스 오는 소리가 찌릭찌릭나는데 그 여직원 아들 생활기록부를 슬금슬금 훑어보더니만 3% 안에 들었는데 대학은 어디로 갔느냐고? 하면서 때늦게 커피 한잔 하실랍니까? 하더군요. 그냥 웃었습니다. 생활기록부 발부수수료가 200원인데 자기가 대신 내준다고 하더군요. 기를 좀 받아야겠다면서. 수험생이 있는 학부모인가 봅디다.


그렇게 접수를 하고 마음이 안 놓여서 병무청 직원에게 지원에 관한 몇 가지를 물어봤는데 요새는 군대 지원해 가는 것도 쉽지 않은가 봅니다. 지원자가 워낙 많아서 탈락자가 많다고 했습니다. 1학년 마치고 군엘 가라고 해도 카튜사를 간다하다가 장교시험을 본다고 하면서 자꾸 미뤄서 걱정이 되더니 어저께 1차 합격을 했다고 면접 보러 내려온다고 하더군요.


비바람을 뚫고 픽업을 하러 기차역을 갔는데 구포역에는 주차장소가 없어  잠시 주정차를 해도 공권력의 온갖 간섭이 미치는 지역입니다. 그렇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비상라이트를 켜고 기차도착을 기다리는데 내 차 뒤로 비슷한 사정을 가진 차들이 줄을 잇더군요. 다행히 그날은 단속반이 오지 않아서 조마조마하게 기다리는데 웬걸 도착 시간이 지나 전화를 하니 전화기가 꺼져 있는 겁니다. 또 잠이 든 모양입니다.


애가 타는 저거엄마가 출입구에서 기다린다면서 역에 갔는데 짧게 머리를 자르고 온 탓에 알아보지를 못하고 서 있다가 아들이 저거 엄마를 찾아서 데리고 왔다나 뭐라나....이제 2학년인데 학회에서 억지춘향으로 회장을 맡았다고 아주 핸섬하게 머리를 잘랐는데 일찍부터 그렇게 자르고 다니기를 권했었지요. 제 자식이라서 그런지 역에서 걸어 나오는데 후광이 다 비치더군요..ㅋㅋㅋ. 팔불출!


회가 먹고 싶다고 해서 횟집엘 갔는데 도우미 아줌마가 아들을 보고 놀라는 겁니다. 잘 생겼다고! 그래서 농담조로 서울에서 영화배우를 하고 있다고 했더니 정말이냐면서 싸인 좀 해달라고...ㅎㅎㅎ.


요즘 대학에서는 너무 비싼 등록금 탓에 학생들이 심적으로 크게 동요를 하고 있으며 졸업을 해도 취업이 어려우니 대학이 아니라 취직하기 위한 기술학원이 되고 있다고 아쉬워하더군요. 게다가 이미 직장인이 된 사람들이 더 안정된 직장을 노리고 재수, 삼수를 해서 대학엘 들어와 세살, 네 살이나 많은 형들이 선배님하고 불러서 참 처신하기 어렵다고 하더이다.


이제 여드름도 한물가고 군대도 가야 되고 해서 그런지 회를 먹는 중에도 폰이 쉬지 않고 울려대는데 마누라가 눈치로 때려잡기를 가스나가 하나 생긴 모양이라고 합니다. 요새 군대야 내무반에서 전화도 가능하다고 하니 옛날 같지 않게 수월한 모양입니다만 그래도 가스나가 하나 있어서 입대할 때 눈물이라도 조금 찍어발라 준다면 고마운 일이겠지요. 뒤에 가서 고무신을 꺼꾸로 신든 말든 그건 나중 일이고 말입니다.  

 

 

 

 

 

  

'애들야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통화 첫편지  (0) 2011.07.15
군에 간 아이  (0) 2011.06.27
보급품  (0) 2011.02.24
양치기  (0) 2010.07.20
애물단지  (0) 2010.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