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진정한 애국자가 그리워요
9월 첫날과 이튿날을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서울국제상수도심포지엄에 참석했습니다. 전국에서 물에 관련한 업무를 하는 공무원은 물론 상수도 관련 기업인들까지 엄청난 사람들이 모였더군요. 공부하는 자리에서까지 별로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인사나 축사라는 명목으로 면상을 들이밀었는데 며칠 전에 숟가락을 던져 버린 오머시기 서울시장 대신에 부시장도 오고 국회의원 나리도 오고해서 짜달시리 중복되는 인사말을 늘어놓는데 그 이틀 동안의 심포지엄 끝에 내린 결론이라면 본인은, 참! 무식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상수도와 관련한 연구를 하는 외국의 교수들과 공무원들이 와서 연구결과를 발표하는데 헉! 일상 언어가 영어더라고요. 내 실력이라면 어느 정도(정말로, 어느 정도까지는ㅠㅠ)알아듣겠지 했는지 영! 아니더군요. 뭐 상수도 업무와 관련된 특이한 단어들이 많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대충....억수로 나 자신에 대해 적지 않은 실망을 해버렸고, 아직 멀었다는 인식을 새롭게 하게 되었으며......넨장.
근데 말입니다. 동시 통역기를 귀에 꽂고 강의를 듣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동시 통역사가 우리말을 영어보다도 더 어렵게 통역을 하더라는 겁니다. 상수도에 대해 일정 수준의 지식이 없는 통역사라서 그런지...대단히 안타깝고 짜증이 나더군요. 영어는 영어대로 통역은 통역대로...지들 맘대로더군요. 고문이었습니다. 그놈의 교육시간 확인만 없었다면 그만 집에 오고 싶었습네다.
서울 가면서 KTX 차내의 잡지를 읽는데 서대문형무소역사관에 대한 기사가 있더군요. 첫날 시간이 좀 나서 물어물어 지하철 3호선을 타고 거기를 찾아 갔습니다. 햇살이 뜨겁더군요. 대한조선의 불쌍한 식민지 생활과 못살고 힘 없었던 조상들의 끈질긴 투쟁의 역사를 더듬어 보면서 참, 마음이 숙연해지더이다.
유관순 열사가 옥고를 치르다 숨진 지하 여감방에 들어서니 가슴이 먹먹해지더군요. 유관순은 18살에 나라를 구하려고 몸을 던져 19살에 순국했는데 나는 사내로 태어나서 나라를 위해 뭘 했나? 싶은 생각도 들고 우리 정치지도자들은 지금 뭐하고 있나? 생각해 봤습니다.
왜놈들이 처들어오면 또 그대로 당할 것 같은 불안감이 느껴졌습니다. 걱정이 됐습니다. 우리의 많은 애국 열사들이 숨져간 사형장 담 안팤의 미류나무가 왜 하나는 잘 자라고 하나는 자라지 못하는지도 알 것 같았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모든 정치인과 공직자들은 이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을 1년에 몇 번씩 정기적으로 답사를 하도록 하는 법이라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려면 내가 국회로 가야 되나? 청와대로 가야 되나? 어쨌든 좌우지간 서울로는 가야 되지 싶은데, 아이구! 서울에서는 못살겠습디다. 그 뽁딱스러운 서울, 점심시간에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어찌나 인간이 많은지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귀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무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