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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야그

교육이고 나발이고~~

★진달래★ 2011. 11. 4. 10:07

 

 법주사 팔상전 앞에서

 

 

대전시 컨벤션센터에서 물에 관한 종합전시회가 열려 직원들과 참석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구연한이 가까워 털털거리는 봉고를 타고 몇 시간을 가야 되나? 하고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힉! 이번에는 아주 고급차인 에쿠스를 타고 가게 되었습니다.


에쿠스는 직원이 타는 차인데 어떻게 말단 직원이 이런 고급스런 차를 타고 다닐 수가 있나? 를 설명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예전에 이 직원은 BMW를 타고 다녔었는데 외제차라는 이유로 상부의 압박을 받아 결국 차를 처분하고 에쿠스를 사게 되었지요. 물론 에쿠스를 타는 데에도 많은 압박이 들어왔지만 그래도 뻗대고 타는 중입니다. 아마 이 직원의 사정을 알고 봐주는 모양입니다.


예전에 이 직원이 신부전증으로 생의 기로에 섰던 적이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기증자를 기다리며 혈액 투석으로 모든 걸 다 잃고 죽음을 받아들이려는 찰라 마지막으로 중국행을 택했는데 정말 운 좋게 신장 이식을 받게 되어 건강을 되찾게 된 거지요. 그렇게 생명을 이은 이후로 이 직원은 삶의 가치관이 바뀌더라는군요. 돈이 뭐라고? 살아 있을 때 좋은 거, 좋은 구경해야 된다, 라는.


어쨌든 없는 놈이 그렇게 큰 고급차에 비뚜름하게 누워서 대전까지 가보니까 돈이 참 좋긴 하다!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뒷좌석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고 승차감이 무지 좋은 것이 빨리 달리는데도 속도감이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더 빨리 달리다가 하늘나라로 먼저 가는 일이 생기나 봅니다. 근데 기름 값은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폼 잡다가 가랑이 찢어지겠더군요.


11시쯤 대전에 도착해서 전시관을 둘러보는데 하루 늦게 와서인지 한산하더라고요. 배관이랑 화학기계 밸브들을 구경하니까 볼펜도 주고 건강차도 주고 사탕도 주고 하는데 같이 간 다리 좀 짧은 직원이 사탕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늘 우물우물 깨먹으면서 다니더군요. 단 거 많이 먹으면 비만 되기 쉽고 혈액 중 당 수치가 높아진다고 말려도 괜찮다고 하더군요.


점심을 먹고 나서는 강의를 듣는데 무슨 수도 관련 업체에서 하는 강의라 그런지 이건 완전 영업이더군요.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강의를 위해 숙소를 구하는데 늘 그렇듯이 일행 중에 여기까지 와서 어디 구경 할 데 없을까? 하는 겁니다. 출장을 가면 늘 이것이 문제를 일으키지요.


그래서 의논 끝에 속리산 법주사를 보고 그 산 밑에 가서 산채 비빔밥을 한 그릇하자 했습니다. 근데 에라이, 일몰 후에는 경내를 공개 안한다나 뭐라나? 늦어서 안 된다기에 숙소부터 정하자 해서 모텔을 찾는데 그 참, 산을 만나는 그런 곳에도 삐끼가 붙더군요. 식당이면 식당 모텔이면 모텔, 지가 소개한다고 따라 다니는데 결국은 밥값도 바가지 동동주 값도 바가지. 아침에 알아서 들어간 식당이 훨씬 맛도 좋고 밥값도 싸고 그렇더군요.


 사탕 좋아하는 직원이랑

 

저녁으로 산채 비빔밥을 먹고 나오는데 아까 그 삐끼가 언제 봤는지 또 들러붙더니만 나이트 안 가냐? 이쁜 애들 있다. 절대 부담 없다. 시키는 대로 다한다! 생지랄을 하는지라 꼴 보기 싫어 그만 숙소로 들어가자 했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직원들이 차례로 샤워를 하는 중에 사탕 좋아하는 키 작은 친구가 화장실로 들어갔는데 갑자기 ‘사람 살려’ 하는 소리와 함께 ‘빨리 문 좀 열어라!’ 하는 비명이 들리는 겁니다.


후다닥 화장실 문을 열었더니만 사탕 좋아하는 직원이 화장실 변기와 출입문 사이에 끼여 누워 있더군요. 키가 작으니까 거기도 끼이는 모양입디다. 그 좁은 공간에 끼인 인간 하나를 들어내는데 얼마나 무겁던지? 샤워하러 들어가서 거긴 왜 누워 있는 거냐고 다른 직원이 농담을 했지만 상황은 심각했습니다.


119냐? 엠블런스냐? 논란이 일다가 30분 정도를 꼼짝 못하고 누워 있더니 팔 다리를 흔들어 보더만요. 아무래도 크게 다친 것 같아 일단은 어디 병원이라도 가보자 했더니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법주사라도 보고 가자고 하더군요. 살만한 모양이다 싶어서 법주사 입구로 갔는데 도저히 걷지를 못하겠다고 혼자 차에서 기다리겠다고 하더군요.


법주사 주차장 요금이 너무 비싸서 골목에 주차를 하고 걸어서 산사엘 들렀습니다. 새벽이라서 그런지 공기도 맑고 아주 분위기 좋더군요. 사진도 찍고 기념품도 구경하고 하는데 ‘많이 아픕니다. 얼른 내려 오세요’ 문자가 오더군요.


서둘러 차 있는 데로 내려갔더니 에쿠스 안에 한 인간이 사색이 되어 있더군요. 교육이고 나발이고 사람 잡겠다 싶어서 달리고 달려 김해로 와 입원 중입니다. 차가 조금만 흔들려도 죽는다고 비명이지, 길은 멀지, 참 그때는 에쿠스도 더럽게 느리더만요. 교육가서 이런 난리를 쳤으니 머리 속으로는 이걸 어떻게 보고를 해야 되나? 그것만 궁리가 되는데 참 미치겠더이다. 늑골이 부러졌답니다. 볕 좋은 가을에 이게 뭔 시츄에이션 이랍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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