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에서 무료로 분양하는 주말농장을 신청했더니 운 좋게 당첨이 됐지 뭡니까? 분양공고를 보고 혹시나 하고 신청했는데 채 5분이 되지 않아서 마감됐다고 뜨더라고요. 야채가 비싸니까 경쟁이 치열한 모양입니다. 농사 한번 지어보자 하면서 마누라도 좋아하더군요.
토요일 잠시 사무실에 나와서 급한 경리서류를 맞춰 놓고 거름과 씨앗을 사러 종묘상엘 갔지요. 종묘상은 왕복1차선 도로가에 위치하고 있어서 차를 인도에 올려놓고 거름을 실어야 되겠더라고요. 종묘상 주인도 거름을 실으려면 차를 인도로 올리라고 하고 또 종묘상 앞에는 도로의 경계석을 없애 주차하도록 해놓았더라고요.
아무튼 편하게 거름을 싣고 씨앗을 사서 도로로 내려오려고 후진을 하는데 말입니다. 분명히 시동을 걸 때 차 뒤에 아무 것도 없었는데 한 20미터 뒤에 있는 어떤 아저씨가 손을 막 휘젓는 게 보이더군요. 무슨 일인가? 싶어서 차를 세우고 내렸더니, 언제 왔는지 차 뒤에서 노점을 하는 할머니가 나무 좌판을 들고서 ‘보지도 않고 좌판을 밀고 들어오면 어쩌라는 거냐?’ 고 소리를 치시더군요.
다행히 할머니가 차에 부딪히지는 안했는데 차 밑으로 나무 좌판이 보이더라고요. 다행이다 싶어서 죄송하다고 사과를 하고 좌판을 정리해드리려고 했더니 물건도 없었고 하며 괜찮다고 가라고 하더군요. 주말농장에 농사 좀 지어 보려다가 큰 낭패를 볼 뻔했다는 이야깁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들은 말도 있고 해서, 아! 이런 일을 어설프게 처리했다가 더 큰 일을 당하는 거 아닌가 싶어서 다시 차를 돌려 관할 지구대를 찾아갔습니다. 지구대가 텅 비어있더군요. 좀 기다렸더니 어떤 경찰관이 들어오는데, 역시나 경찰서, 병원, 법원은 엔간하면 갈 곳이 못 된다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민원인을 대하는 그 뻣뻣한 태도하며, 죄인시하는 눈길하며, 정말 기분이 더럽더라고요. 자초지종을 이야기하고 혹시나 할머니가 다른 말을 할까 싶어서 신고를 해두려고 한다 하니 아무 일도 아닌데 신고를 왜 하느냐며 서류에다 차 뒷부분으로 좌판을 충격했다고 지 맘대로 적는 겁니다.
그래서 제 차는 뒤쪽이 높은 차라서 뒷부분으로 좌판을 충격하려면 적어도 나무 좌판을 열 개 정도는 쌓아두어야 충격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하니 화를 내는 겁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나무 좌판 그거 한 개 차로 깔아부숴도 돈 만원이면 떡을 치는데...라고 합니다.
참 할 말이 없더군요. 이 양반은 경찰의 존재가 왜 필요한지를 잘 모르나 봅니다. 당시에야 할머니가 다친 것도 아니고 해서 그냥 가라고 했을지 모르지만 또 누가 주위에서 다른 욕심으로 뺑소니로 신고하라고 하면 사건이 일파만파가 될 수도 있어서 신고를 하는 건데 그걸 아주 귀찮아하는 겁니다.
어쨌든 신고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영 기분이 찝찝했습니다. 우리 집안에도 경찰간부로 근무한 사람이 있긴 하지만 10원짜리가 저절로 나오더군요. 별거 아니지만 좀 더 친절하게 시민을 대하는 날이 언제 올까요?
=== 우리 여직원이 장보러 가던 아주머니의 비닐봉지를 살짝 스쳤답니다. 당시엔 아무 일도 없다고 서로 좋게 헤어졌는데 그래도 혹시나 싶어 지구대에 신고를 해뒀더니 며칠 지나고 나서 머리가 아프다 허리가 아프다하며 돈을 요구해서 보험처리를 했다고 하더군요 ===
신고를 해두기 망정이지 안했더라면 뺑소니에다 인명사고로 꼼짝 못하고 돈은 돈대로 물어주고 신분상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을까요? 만사 불여튼튼이란 말 아시지요? 조심운전 그리고 만반의 대비....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