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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야그

자원봉사^^

★진달래★ 2012. 11. 9. 11:52

 

금요일 하루 단감농장에 봉사활동을 가라는 명령이 떨어졌습니다. 단감 수확하는데 일손을 보태주라는, 몸살하겠구나! 하고 다들 툴툴. 차량 지원이 없으니 알아서 단감농장을 찾아가라고 하더군요. 네비아가씨의 도움을 받아간 산 정상의 단감농장은 전에 한번 갔던 곳이기도 하더군요. 역시 뭔가 좀 끗발이 있는 집에 봉사활동을 늘 가게 되더라는!

 

 

작업설명을 들은 후에 작은 펜치 하나씩 들고서 산비탈에 발 디디고 서서 감을 따는데 이게 쉬운 일이 아니더이다. 서 있기도 힘든 경사지에서 겨우 몸을 지탱하는데 비해 창원, 마산에서 왔다는 일당쟁이 아줌마들은 거의 날아다니더군요. 하루 일당이 55,000원이라면서 보름째 이 농장에서 일한다고 하더이다. 그러면서 얼마나 햇볕을 안 보면 얼굴이 허옇냐고? 마치고 소주한잔 하자고? 시간 되느냐고 하더군요.

 

뭐 농담이겠지만 농장마다 팀을 짜서 일하러 다닌다는데 산 아래 동네로 감을 실어 나르는 인부들과도 시시껄렁한 농담을 해대면서 활기차게 일을 하더이다. 게다가 일을 하는 중간에 안 보인다 싶더니만 백주대낮 그 보는 눈이 많은 장소에서 옳게 숨지도 않고서 쉬를 하고 있더군요. 일이 바쁘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갔다 와서는 안 봤지? 그러는데 참 할 말이 없어지더라고요.

 

점심때 식당을 가자니 산길이 멀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데, 세상에! 그 산위에까지 배달을 오더군요. 돈이 참 무서운 물건임에 틀림없습니다. 닭뽁음탕에 마시는 막걸리와 밥이 얼마나 맛이 있는지 노동의 효과이겠지요.

 

 

 

그렇게 하루 일을 거들고 나서 노곤한 몸을 이끌고 터덜터덜 농장비탈길을 걸어서 내려오는데 농장 주인이 트럭을 타고 따라왔더이다. 일당도 못 드리는데 너무 감사하다고 하시면서 감을 한 박스씩 주는데 상품이 못되는 감이라고 하더군요. 우리가 보기에는 얼마든지 먹을 수 있는 감으로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그 많은 감 중에서 3/1만이 상품으로 내다팔 수가 있답니다. 나머지는 폐기처분한다니 참 아까운 일이지요. 도처에 밥도 못 먹는 아이들이 많은데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인부들이 작은 감은 그냥 꼭지를 잘라 땅에 버리더군요.

 

 

빈익빈부익부라고 작은 것이라도 돈이 없어 못 사 먹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냥 주기라도 하면 복 받을텐데....그나마 올해 태풍이 잦아서 단감이 흉년이라더니 그곳에는 단감천지더군요. 단감바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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