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집안야그

번갯불에 콩 구워먹기

★진달래★ 2018. 1. 15. 19:19


이틀 동안의 강행군으로 부부간에 다 몸살이 났답니다. 지난주 수요일 숙직을 하고 목요일 아침에 퇴근하자마자 미리 기다리고 있던 가족들과 KTX를 타고 서울로 갔습니다. 3시간여를 기차에서 혼곤히 잠에 빠져 있다가 지하철로 금천구 독산동 가산디지털산업단지 1번 출구로 나갔답니다. 그날이 서울에서 가장 추웠던 날이라 하더니만 미리 연락해뒀던 공인중개사 직원이 도착하지 않아 눈바람 속에서 20분여를 기다렸는데 아마 그때 감기가 들었나 봅니다.



죄송하다는 중개사 직원의 타를 타고 온라인에서 점찍어둔 원룸을 10여군데 돌아봤습니다. 아들이 살고 있는 마포구와 비슷하게 ‘보증금은 적게 월세는 많게’.....를 요구하는 집주인들과 통화 끝에 맘에 든다는 집을 발견하고 밤 11시에 가계약을 하게 되었습니다. 보증금 2천에 관리비 포함 월33만원인 7층인데 4평이 좀 안 되는 전망이 훤한 방입니다. 다음날 오후에 집주인을 만나 계약을 하기로 했습니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마포구 창전동에 있는 아들의 원룸을 갔는데 추운 날씨에 또 방은 왜 그리 빨리 안 뎁혀지는지? 잘난 아들 덕분에 오지게 추위에 떨고 집 없는 설움 톡톡히 본다는 마누라 말에 저절로 실감이 되더군요.



 

자는 둥 마는 둥 아침 6시에 일어나 아들의 이삿짐을 챙기는데 무슨 책은 그리 많은지 세 시간을 부대끼며 짐을 싸고 묶고....원룸 하나의 물건이 거의 신혼부부 짐이더군요. 보증금을 돌려주기로 한 집주인이 약속시간을 지키지 않고 늦는 바람에 혹시나 일정이 틀어질까 맘을 졸이는데 늦게 온 집주인이 방을 둘러보더니 이사하시는 분이 이렇게 깨끗하게 방청소해 주시기는 처음이라면서 아주 기분 좋게 잔금을 정산하고 바로 은행으로 간다기에 용달차를 불러놓고 기다리자니 입금 완료됐다는 문자가 오더군요.



아들은 지하철로 독산동으로 출발하고 마누라와 나는 용달차를 타고 가는데 거의 30여분 동안을 ‘요즘 경제가 개판’ 이라는 용달차 기사님의 강의를 듣고, 국회의사당 앞을 지나가자니 ‘’허가낸 도둑놈‘ 이 사는 곳이라고 나라가 바로서려면 전 국민이 투표를 안 해야 된다고 거품을 뿜어내시더군요. 또 동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용달차가 지하철보다 빨리 도착하여 마누라는 짐을 지키고 혼자서 열나게 7층을 오르내리며 짐을 옮기는데 박스가 얼마나 무겁던지 아직도 허리가 뻐근하네요. 콧구멍만한 방에 짐을 풀고 있자니 집주인 부부가 이사를 와 주셔서 감사하다며 찾아왔는데 금이 간 좌변기를 바꾼다고 새걸 사왔더군요. 같이 공인중개소에 도착하여 계약을 하자니 집주인 부부가 연세도 있고 성품이 고와 보이더군요.



주민등록증을 확인하고 계약서에 도장을 벌겋게 찍어 한부씩 나눠가진 후에 중개수수료를 지불하려 하는데 직원이 터무니없는 금액을 부르기에 왜 법정요율로 계산하지 않느냐고 물으니 단번에 수수료가 12만원이 줄어드는 겁니다. 제가 겉보기에 아주 촌티가 물씬했나 봅니다. 마누라가 ‘처음에 아주 친절하더니만 바가지 씌우려고 그랬나?’ 하더군요.



그렇게 금요일 늦게 이사를 마치고 토요일 아침 일찍 집에 오려고 기차표를 예매하는데 아들이 갑자기 잠실에 있는 롯데타워가 볼만하다고 하는 겁니다. 감기도 들고 해서 그냥 집에 가자고 하는데 마누라가 눈을 껌뻑이면서 옆구리를 찌르는 겁니다. 그리고 토요일 아들은 일하러 가고 종일 콧구멍만한 방에 둘이 누워서 멀뚱멀뚱, 낮잠을 그렇게 몇 번이나 자다말다 하기도 처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녁 7시쯤에 롯데타워에 올라갔는데 사람이 붐비지 않아 한적하더군요. 석촌호수도 거의 얼어 있고 날씨가 흐리더군요. 전망이 좋지 않은데 괜찮으냐는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오른 118층은 정말 높고 서울시는 광활했습니다. 몇 년 전에 올랐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이나 에펠탑의 느낌이 살아나더만요. 다만 밤이어서 그런지 파리 시내 같은 푸른 숲을 볼 수 없었고 장방형으로 계획된 대로를 볼 수 없어 비교가 되기도 했습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서울은 그렇게 아름답고 넓고 화려하면 뭐합니까? 돌아와 몸 누일 곳은 4평 원룸인데....ㅋㅋ. 그림의 떡이지요?



목, 금 이틀을 쉬고 오늘 출근했는데 자그만치 쌓인 공문이 48개에 E메일이 18통이었다요. 담당하던 직원이 발령이 나서 대신 업무를 진행해야 되는데 오늘 첫 출근하는 공공근로 인력이 마당에서 기다리고 있더군요. 사전교육에다 보안각서 근로계약서 징구하고 직원소개 등등등....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갔습니다. 하나를 들으면 두 개를 까먹는 나이에 전혀 모르는 일을 물어가면서 해나가야 되니 어렵고 고달프네요. 먹고산다는 건 늘 나와 나 아닌 사람과의 투쟁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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