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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꼼장어 유감

★진달래★ 2019. 3. 17. 12:12

 

지난주 토요일이었지요.

장모님을 뵈러가는 날이라 아침 일찍 마산회원구에 있는 요양원을 찾았습니다. 자주 들리다보니 그 병실에 있는 다른 할매들과 안면이 생겨서 입구에 들어서면 먼저 아, 넷째 딸이 오는구먼! 하십니다. 사가지고 간 음료수를 하나씩 돌리고 마누라와 장모님이 붙어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할매들은 내게 그간의 정보들을 알려 주십니다.


 

저번 주에는 몇째 딸이 왔다가고 뭘 사가지고 왔고 누가 영양제를 놔주었고 지갑에 돈을 얼마를 넣어주고 갔다. 큰아들은 요즘 잘 안 보이고 작은 아들은 술 먹고 운전하다 걸렸다던데 차 팔고 해서 멀어서 못 온다고 하더라, 장모님이 언제부터 감기에 걸렸는지? 죽을 드신지는 얼마나 됐는지? 설핏 들으면 오늘은 니가 장모 지갑에 돈 두둑히 넣어주고 가라고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맨날 누워서 지내는 할매들이 돈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두어시간 있다가 마누라가 내 지갑을 달래서는 돈 빼서 저거 엄마 지갑에 넣어주고 장모님 볼에 뽀뽀를 하고나서 그만 가자고 하더이다. 아, 휴게실에서 텔레비전 보면서 앉아 있었더니 전화로 불러서 갔고 장모님 다리 좀 주물러 드리래서 한 20여분 주물렀네요. 간병인이 얼마나 목욕을 자주 시켜드렸는지 살이 하나도 없는 장모님 종아리가 빤질빤질 하더군요. 내가 장모님께 마사지 서비스를 하고 있자니 다른 할마씨들이 어찌나 질투의 언사를 보내는지 그것도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아마 가족들이 자주 찾아오지 못하는 할매들은 그게 좀 부러워 보이기도 하나 봅디다.



 


좌우지간 시간이 12시가 가까워 다음에 또 뵈러 오겠다고 인사를 하고 마산 온 김에 생선도 좀 사고 아침 겸 점심이나 먹자고 어시장엘 가게 됐지요. 감기 뒤끝이 있어서 뭔가 좀 맵싹한 걸 먹자고 한 게 산꼼장어입니다. 마산꼼장어가 또 유명하잖아요?

공용주차장에 차를 대고 어시장을 들어가는데 하필, 제일 먼저 눈에 띈 산꼼장어 가게가 스트레스의 시초였습니다.




산꼼장어를 손질하는 동안 가게 사장과 이야기를 해보니 마침 사장님 고향이 처가 옆동네라 마누라와 즐겁게 수다도 떨고 꼼장어도 넉넉히 준다고 하더군요. 꼼장어 손질이 끝나니 앞장서서 요리 잘한다는 집으로 안내까지 해주고 가는데 알고 보니 친언니집이더군요. ㅋㅋ.



꼼장어집 주인이 방 맨 안쪽으로 앉으라고 해서 왜 그러냐고 물어봤더니 꼼장어 요리는 양념냄새가 강해서 회를 드시러 오는 손님들이 회맛에 영향을 받는다나 뭐 그러더라고요. 좌우지간 그렇게 20여분을 기다려 양념된 꼼장어가 불판위에 올려졌는데, 웬걸 꼼지락거리는 꼼장어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겁니다. 벌써 다 죽었나? 그랬지요!



근데 배가 고팠던 마누라는 맛있다고 하면서 저보고 맛없느냐고 묻는데 잘 먹는 사람 앞에서 맛없다고 하기도 그래서 많이 먹어라고, 먹을만하다고 했는데 저는 첫맛부터가 이거 아닌데 싶은 겁니다. 양념도 텁텁하고 알싸한 맛도 전혀 없고, 매운 고추를 달라고 해서 제법 넣었는데도 맛이 밋밋해서 전혀 먹히지가 않는 겁니다. 게다가 꼼장어가 너무 단단해서 씹기가 불편할 지경이라 주인을 불러 왜 이리 질기냐고 했더니 국산이라서 그렇다고...넨장,



처음에 잘 먹던 마누라도 조금 먹어보더니 이거 아닌 거 같다고? 해서 주인이 권하는 양념뽁음밥도 거절하고 가게를 나왔는데 먹은 것 같지도 않아서 집에 와서도 생각만하면 화가 나는 겁니다. 가격이나 싸면 말도 않겠지만 일부러 찾아가서 입맛만 버리고. 도대체 산꼼장어 양념을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이 요리한 것인지? 그런 음식으로 돈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아직도 성질이 납니다. 야! 마산어시장 ㄱㅅ횟집 정신 좀 차려라. 이건 사기야!



오늘 사과를 사러 우리 동네 5일 시장엘 가게 됐습니다. 단골 과일 노점이 있는데 그집 사과는 한입 베어물면 정말 과즙이 이런 거라는 걸 실감하게 됩니다. 인공설탕이 아닌 진정한 과육의 단맛을 느끼게 되지요. 두 바구니를 사서 차에 실어 놓고 시장 뒤쪽에 있는 즉석 양념꼼장어집엘 갔지요. 주문 받으면 꼼장어를 구워서 양념해 파는 집인데 사와서 불판위에 올려 막걸리랑 먹어보니 마산어시장 꼼장어보다 열배는 맛있습니다. ‘꼼장어 한을 풀었다!’ 고 둘이서 먹다가 웃었네요.



망할 마산꼼장어! 마산어시장에 들러서 음식 먹고 후회하기는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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