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층 고래가 갔다. 15~6년간을 술을 처마시고 새벽까지 소리 지르고, 세간살이 집어던지고, 가족과 죽일 듯이 싸우더니 장마가 소강한 틈을 타 짐을 내리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났다.
한밤의 이 평화, 이 고요. 이 당연한 일상이 언제까지 이렇게 지내도 되는 건지 불안하기까지 하다. 미운 정도 정이라고 그래도 위아래층을 돌면서 그간 본의 아니게 미안했노라고 인사 정도는 하고 갈 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다. 사과할 줄 아는 인간이라면 그렇게 했을라고? 아내가 씁쓸히 웃었다.
그래도 한때 한 달포 정도 조용한 적이 있어서 술을 끊었나? 했더니 팔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술 처먹고 나자빠진 것이겠지....!
어느 동네 어느 아파트로 이사를 갔는지 나에겐 큰 행운이지만 그 아파트 주민이 참으로 스트레스를 받지 싶다. 제버릇 개 못주니 말이다. 몰라도 벌써 두서너 번 이사 신고 겸 거한 술주정을 했으리라 짐작한다. 나무아미관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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