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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야그

세상 인심

★진달래★ 2023. 11. 11. 19:14

2023.11.4.15:00 

 

퇴직 3년차에 아들 장가를 들이고 보니, 왜 선배 공무원들이 제대하기 전에 자식 하나쯤은 꼭 결혼을 시키라고 했는지 알것 같았습니다. 인륜지대사를 마치고 돌아와 방명록을 들춰보니 이건 반토막이 아니라 절단이 났더이다. 그나마 정이 남아 있는 직원도 외면한 인간이 있을 뿐 아니라 국과장을 지낸 인물들은 전멸이더군요. 고위직이라 받는 것에 익숙해서 일까요? 아니면 '앞으로 니 얼굴 볼 날이 있나? 인가요? 그래도 그렇지 경조사비를 받았더랬으면 상부상조하는 것이 예의 아닐까요? 쪼잔한 놈들... 

36년째 적을 두고 있는 문인단체도 비슷했습니다. 명색 글을 쓰는 사람들이  상부상조의 의미를 모르지는 않을 터, 어떻게 그리 맹숭한 얼굴로 웃으며 사람을 대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그런 인물이 쓴 시나 수필에 무슨 진정성이 있고 감동을 줄까요? 우울한 현상입니다. 

그런데 친구는 많이 달랐습니다. 오고가는데 7시간 30분쯤 걸리는 긴 여정을 흔쾌히 함께 해준 문학동아리 친구는 물론 현직 때의 30여명 띠동갑 공무원 동기들은 정말 감동이었습니다. 외국에 나가 있는 친구까지 잊지 않고 챙겨주더군요.

조선후기의 노동 두레에서 시작된 우리 민족 전래의 상호부조 정신이 조금씩 퇴락하는듯 보입니다. 계산적이고 이기적인 피플들이 인지상정인 십시일반의 고유 관례를 흔들고 있습니다. 기쁜 마음과 슬픔을 나누고자 하는 심정으로 경조사비를 보냈었는데 지금은 상처를 받는 중입니다. 담아두면 마음의 병이 된다는 아내의 충고를 따라야겠지만 참으로 씁쓸한 마음이 드는 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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