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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야그

애들이 뭔 죄여

★진달래★ 2005. 4. 12. 13:57
 

큰애와 7년 차이가 나는 늦둥이가 올해 초등1학년이 됐습니다. 명절 때마다 집안 어른들께 뽁이다뽁이다 어쩔 수 없이 하나를 더 생산하였지만 이놈은 철저한 계획과 기대로 낳았기 때문에 제놈은 선택받은 인간이라 해도 좋겠지요.


낳아서 키울 때만 하여도 애 키우는 방법을 다 잊어 먹고 있던 아내가 꽤나 고생하는 것 같아 보이더니 왠걸 학교 들어가니 별 생뚱 맞은 짓을 새로 하느라 또 고민이 이만저만 아닌 모양입니다.


며칠 전 학교운영위에 가서는 억지로 회장 맡으라는 걸 서방 벌이가 션찮다고 겨우 사양했더니 그럼 나이가 젤로 위이니 고문이라도 맡으라 해서 그 감투를 쓰고 피 같은 금일봉을 냈다 하고


어제는 청소 당번이 돼서 교실 청소하러 갔는데 나이 드신 고문님이 열심히 청소하는데도 불구하고 새파란 스물댓살 먹은 새댁 년들과 이제 막 첫 발령 받은 담임 가스나가 과일 처먹으면서 짓까불고 있어서 열불이 좀 나더라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빗자루를 쌔리 던져 내삐리고 집에 와버리지...그랬더니 아이 가진 것이 죄인인 세상에 그게 맘대로 되냐고.....합디다. ......더러븐 세상. 늦둥이가 집에 와서 제 엄마한테 말하기를 나는 칭찬스티커가 너무 적다고 해서리....청소하러 가서 들춰 본 모양인데 에게게 우리 늦둥이는 칭찬 스티커가 겨우 4장뿐인데 다른 애들은 20장이 되더란 겁니다.


초등 1학년이 잘하면 월매나 잘하고 못하면 월매나 못한다고 그리 칭찬스티커 수가 차이가 나는지.....청소하러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들어보니 첫애가 입학한 젊은 엄마들이 늘상 학교에 들러붙어 살면서.....온갖 잡다리한 부식은 물론 선물공세가 대단하다고 하는데...


어떤 학부모는 하소연하기를 반에서 제일 큰 아이가 맨 앞자리에 앉는 바람에 뒷자리 자기아이가 앞이 안보여 불평을 했으나 앞자리의 아이 엄마가 원캉 말발이 드세고 담임이 감싸서 어쩔 수 없노라고.....이게 초등학교 1학년 교실의 모습입니다.


그랴서 마누라가 없는 돈이지만 우리도 애들 간식이라도 한번 넣어야 하지 않겠냐고 하길래...어찌나 승질이 나던지.......그럴 돈 있으면 아파트 경로당 할매들 막걸리나 사다 넣어주라..고 했더니 당신이 늘 그런 식이니까 우리애 스티커가 적은 게 아니냐고....열이 나서 아침밥 다 먹지 못하고 출근했습니다.


세상이 왜 이렇게 돌아가는지......이제 첫 발령 받은 24살 여선생이 시작부터 이런 치맛바람에 휘둘리기 시작하니 정말 우리 아이들 걱정됩니다. 문방구 가서 그 넘의 스티커 한백장 사다가 붙여줘 버릴까 생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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