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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야그

내몸이 내맘대로 안돼?

★진달래★ 2005. 4. 12. 14:11
 

 

일요일인데도 학원 간다는 아들놈 태워다 주고 베란다에서 키우던 난 거실로 들여다 놓고 세탁할 때마다 호스에서 물이 센다는 세탁기 고쳐본다고 덤비다가 물 틀어 놓은 걸 잊어먹고 호스 빼가지고서 한바탕 뒤집어쓰고 뭐 이런저런 일로 꼼지락데도 11시가 안되던 겁니다.


TV 영화 채널 다 돌려봐도 이놈의 매일 같은 영화만 하고 해서 얼마나 심심한지....마누라 그리 심심하면 나하고 놀자며 이불속에 들어오라는 걸 자전거 좀 타고 오께 하고서는.....평소 안 가던 산으로 한번 올라갔는데.....


까마득한 가야대학교 오르막길을 쌕쌕거리며 자전거를 밀고 올라가 등산로 입구에 다다르니 완장 찬 산불감시원 아저씨가 인사를 던지며 하시는 말씀이.....아이고.....그 자전거로는 좀 힘들걸! 하시는데 아니 뭐 이 정도 산이야 내 체력을 무시하시나? 싶어서.....갔다 오께요....해놓고 올라가는데..... 그 뭣이냐 참 여러모로 기를 죽이는 것이 .....복장도 화려하게 폼도 거창한 산악자전거 동호회 한 20명이 호흡을 가다듬는다고 서있는데...


에라 오기다 싶어서 100만원이 넘는 산악자전거하고 주민걷기대회에서 경품으로 받은 자전거하고 오늘 함 붙어보자 해설라무네 동호회 끝줄에 붙어서 몸 풀기 동작도 따라하고 나서 출발소리 듣고 힘차게(혼자생각?) 페달을 밟았는데 아이고 이거 사람 죽겠네......5분을 못갔는데 아니 이 사람들이 다 어디 갔나? 하늘로 날라 갔나 땅으로 꺼졌나?


비싼 자전거 확실히 틀리네....내 몸이 이거 왜 내 맘대로 안 되나? 목표지의 반에반에 반도 못가서 숨은 가쁘고 다리는 풀리고 가져간 물만 마시다가...도저히 안되서....눈물을 머금고 포기하고 하산하자니 산불감시원 아저씨......거봐라 내가 뭐라 카더노......하하하...으이그


도전 두시간만에 혀가 만발이나 빠져서 집에 오니 마누라 눈치 없이 “마! 그냥 가던대로 갔다오지....” 시꺼! 언제 서방 기 살려주는 꼴을 못봐! 갑자기 슬며시 성질이 돋궈지면서 점심 먹고 다시 도전해 볼껴! 하니 “마! 참으쇼..맨날 청춘인 줄 아는가비네!” 한다.


좌우지간 산악자전거 타는 양반들 대충 볼게 아니었습니다. 그 놀라운 체력......산에서 볼 때마다 그저 그렇거니 했더랬는데 막상 산길을 한번 자전거 타보니 그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닙디다. 마.....존경스러워지는 시점입니다.


오후에 다시 도전해 본다고 안가기로 마음먹고 있었으면서......뻐떡뻐덕 우기다가 마누라가 해주는 한방돼지수육에 소주 몇 잔 하는 바람에 그냥 잠들고 말았는데 그 산타는 자전거 흉내 낸 것이 얼마나 힘들었던지 월요일 늦잠까지 자서 겨우 출근했다는 거 아닙니까?


암만 내 자전거가 경품자전거이지만 레테르는 이렇게 붙여져 있습니다. “유사산악자전거” 다음 주 시간 내서 다시 도전해 볼 생각입니다. 경품자전거도 정상에 올라갈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여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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