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이 다섯 개 있는 동네
-최정례
우리 동네엔 빵집이 다섯 개 있다
빠리바게뜨, 엠마
김창근 베이커리, 신라당, 뚜레주르
빠리바게뜨에서는 쿠폰을 주고
엠마는 간판이 크고
김창근 베이커리는
유통기한
다 된 빵을 덤으로 준다
신라당은 오래 돼서
뚜레주르는 친절이 지나쳐서
그래서
나는 빠리바게뜨에 가고
나도 모르게 엠마에도
간다
미장원 냄새가 싫어서 빠르게 지나치면
김창근 베이커리가 나온다
내가 어렸을
땐
학교에서 급식으로 옥수수빵을 주었는데
하면서 신라당을 가고
무심코 뚜레주르도 가게 된다
밥 먹기 싫어서 빵을 사고
애들한테도
간단하게 빵 먹어라
한다
우리 동네엔 교회가 여섯이다
형님은 고3 딸 때문에 새벽교회를 다니고
윤희
엄마는 병들어 복음교회를 가고
은영이는 성가대 지휘자라서 주말엔 없다
넌 뭘 믿고 교회에 안나가냐고
겸손하라고
목사님
말씀을 들어보라며
내 귀에 테이프를 꽂아놓는다
우리 동네엔 빵집이 다섯
교회가 여섯 미장원이 일곱이다
사람들은 뛰듯이
걷고
누구나 다 파마를 염색을 하고
상가 입구에선 영생의 전도지를 돌린다
줄줄이 고깃집이 있고
김밥집이 있고
두 집
걸러 빵냄새가 나서
안 살 수가 없다
그렇다
살 수밖에 없다
이 시를 읽으면 사람이 사는 동네, 우리 동네, 이웃 동네의 풍경이 떠오릅니다.
부산하고 소란스럽고 생명이 넘치는 모습을 보는 듯 합니다.
즐거운 시간되시고 행복한 밤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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