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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야그

과학의 찌 올리다.

★진달래★ 2005. 6. 13. 14:08
 

 

어제는 과학의 실질적 효용성이 입증되는 날이었다.


만날천날 머리 식힌답시고 멍텅구리 묶음바늘을 달아 퐁당퐁당 도랑낚시 삼매경을 즐기다가 지난 어느 날 엄청나게 큰놈을 랜딩하다 떨군 후유증으로 찌맞춤에 관한 이너넷사이트를 작심하여 섭렵한 이후 이론 끝 첫 실습 나간 것 쯤 되겠다.


새벽 3시 반쯤에 쉬하러 일어나 베란다 밖을 내려다보니 컴컴한 것이 뭐가 뭔지 안보이길래 좀 더 자도 되겠거니 해서 마누라 옆에 누웠다가 눈이 번뜩 떠지는데 에그머니나 날이 훤한 4시40분이었다. 저녁에 완벽한 준비를 해놓았기 망정이지 또 시기를 놓치는 사단을 낼 뻔했다.


뭐 떨어지도록 가방을 둘러매고 내려가 차를 찾아보니 도대체 차가 보이지 않는다.  이런 뜨그랄.. .생강시럽게 뭐 할라고 이럴 때 차를 지하주차장에 두었담! 내한테 스스로 등신 어쩌구저쩌구 10원짜리를 퍼부으면서 지하로 내려가 보니 어느 6씨럴 놈이 - 요새 왜 이리 욕이 늘었는지 - 주차선도 없는데 차를 바짝 붙여 놔서 빼내기가 어렵게 됐다.


맘속으로 월척이 뛰놀다 못해 장기자랑까지 벌일 판인데 맘은 급하지 아무래도 차를 긁지 싶은데 차주인이 전화는 안받는다.....100원짜리를 넘어 1000원짜리가 튀기 시작한다. 에이 싶어서 그넘의 차를 냅다 한대 차버렸더니 어랍쇼..차가 쓰을 밀리는 것이다. 기어를 풀어 주차를 해둔 모양이다. 얼마나 고맙던지.....간살맞은 놈.


강 가장자리의 잡초를 뉘이고 기를 모으면서 대를 차근차근 펴자니 주변만상이 가슴 속으로 들어온다. 장강의 물결이 아무리 도도하게 흐른다 한들 이처럼 아름다울쏘냐? 고속도로 교각 밑으로 명경지수가 소리 없이 흐르는 데 정취가 그야말로 낙화유수요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그 어느 꾼도 밟지 않는 처녀지에 받침대를 세워 지렁이를 달아 던져두고 두 번째 대를 준비하는 순간 나는 붕어가 하늘 밑구멍을 찌르는 소리라는 슈우욱! 하는 심음을 가슴 밑바닥으로 부터 들었다. 그것이었다. 그것이야말로 말로만 듣던 찌올림이고 25년여 도랑낚시에서는 죽었다 깨나도 경험할 수 없었던 과학의 쾌거였던 것이다.


그야말로 세시간 여.....탈으탈탈......폐차장 프레스 압착기에 들어가기에도 한참 년수를 넘긴 엔진꺼짐 현상 직전의 오토바이를 타고 어느 어르신 한분이 "잘 되시우?" 하고 내 옆자리에 대를 펼 동안 나는 과학에 매몰되어 있었다. 참으로 황홀했다.


나이 칠순이 한참 지난 ...오트바이 헬멧을 그대로 쓰신 채 불룩한 비료 푸대 하나와 낚시대 3개를 움켜쥐신...속칭 강 주변 마을에 사시면서 연일 찌를 올리시는 고수의 형용 그 자체이셨다. 떡밥을 개시는 손끝의 놀림-9단, 한 구멍에 투척하시는 폼새-10단.....아울러 올리는 붕어 마다 평해 주시는 물속 상태 또한 일품이셨다.


눈팅이에 걸려 올려오는 붕어 : 옆에서 놀다 벼락 맞은 지극히 재수 없는 놈. 사람도 인생이 이렇게 풀리면 쫑나는 거란다.


입질을 미쳐 보지 못하고 당겼는데 물고 있는 놈 : 자연뻥이라시네.


작은 고기가 올라오면 : 니는 애비에미도 집에 없냐?


저 앞에서 큰 물고기가 풍덩 뛰면 : 어메 간이 히뜩 뒤집히네.....


좌우지간 12시를 넘긴 시각까지 쉴 틈이 없이 찌를 올리다 보니 살림망이 빵빵해 졌는데 어르신도 엔간 하셨던지, 이것만 하면 소주 세병은 충분하겠는 걸 하시면서 비료 푸대를 챙기셨다. "많이 하시우!" 하며 가시는 고수님에게 깍듯이 인사를 올렸다...담담주 토욜에 오면 다시 만날 수 있으리라 하신다. 오트바이가 죽는 소리를 내면서 왔던 길로 사라져 갔다.


오후 2시 허리가 만신창이로 아파온다.

의자가 작은 탓이다. 집으로 돌아오니 늦둥이 붕어 가지고 놀기에 정신이 없고 아침겸 점심겸 마누라가 만들어주는 돌솥밥 한그릇 먹고 나니 세상이 몽롱해진다. “일요과부 될 확률이 높아져 간다” 고 툴툴거리는 소리 들으면서 잠속으로 녹아들어갔다.


자면서도 연신 낚싯대를 채는 동작하느라 팔이 가만있질 못하더라고 사실인지 뻥인지 마누라가 놀리는데 월척만 하면 이젠 나도 물조사 계열에 명함을 내밀어도 좋을 찌올림을 흠뻑 경험했다.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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