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가 일어날 생각도 안하고 뒤척이며 한다는 말이
“아빠 학교 안가면 안돼?....학원은 재밌지만.....” 합니다.
전에도 이런 사태가 몇 번 되풀이 됐었는지 마누라가 눈을 찡끗하며 알아보라는 뜻인지라 아이를 제방으로 데리고 가서 왜 학교가기 싫은지에 대해 촉각과 미각을 총동원해 심층수사를 시작했습니다.
“학교 절대 안 가!”
이넘이 초등학교 2학년으로 학문의 길을 완전 중퇴할 작정을 했는지 말문을 닫고 버팅깁니다. 가문의 영광에 빗금 칠 물건 하나 생기게 됐습니다.
작전을 바꿨습니다.
“너거 선생님 찌찌 크냐?”
애가 헤벌쭉 합니다.
말이 나온 김에 시간도 있고 하니 우리 늦둥이가 좋아하는 여자의 스타일을 함 밝혀 보겠습니다. 성격도 여린 놈이 주로 과격한 여자들을 좋아하는 편이라 미래가 우려스러운데 좋아하는 여자의 1순위는 미프로레스링의 여자 레슬러 트리쉬와 스테이시 빅토리아입니다.
뭐 따로 설명을 덧붙일 필요가 없겠지요. 경기의 승패는 별 관심 없고 출렁이는 그것만 눈이 빠지게 감상합니다. 음...지도 사내라 이거지요. 근데 내가 보기에는 리타도 참 괜찮은 것 같은데 별로 안 좋아하더군요.
왜냐구요?
찌찌가 작다나 뭐라나.
암튼 한5분간 취조를 해본 결과 학교 가기 싫어하는 원인을 밝혀냈습니다.
“엎드려뻗치기를 30분하고 손바닥을 다섯 대씩 맞고.....나 학교 안 갈래!”
선생님이 누구든 한사람이라도 떠들면 단체로 벌을 세우는 모양입니다. 내리 연 사흘을 손들고 벌서고 엎드려 뻗치기 하고 어제는 손바닥까지 맞았나 봅니다.
조사결과를 밥 짓는 작업 중인 마누라에게 보고 드렸습니다.
“뭣이라꼬? 노처녀가 히스테리 부리는 거 아이가? 가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이 더운 날에 무슨 단체기합을....학교가 군대가?”
아! 이론 된장.....요새 군대 뉴스를 많이 본 탓인지 마누라도 거침없이 사사로운 가정사에 군대문화를 들이대곤 하는데 별로 바람직 하덜 않습니다.
2차 상담으로 늦둥이를 구슬리러 갔습니다.
밥 먹고 출근도 해야 하는데 바쁩니다.
“자....학교를 가기 싫으면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까요?”
“......”
“학교를 안가면 너거 선생님이 전화를 하거나 찾아오지 싶은데..?”
“그러면 엄마한테 혼날까?....”
이제는 엄마한테 혼나는 것 까지 걱정합니다.
“엎드려뻗치기 하니 팔이 많이 아프더나?”
“얼마나 힘 드는데요...나는 등에 살이 많아서...”
“선생님이 너희들 건강해지라고 일부러 운동시키려고 그러는 거 아닐까?”
“에이....”
“니는 키도 크고 힘도 세니까 애들한테 떠들면 죽는다고 공갈 한번 치지“
“했는데요 듣는 척도 안하고 싹 무시해요!”
‘야 정말 큰일이네! 아빠가 학교 가서 아이들 한번 혼내까?“
“에이 아빠가 우리반 찾아올 수 있어요?”
“어디 팔 줘봐......”
새다리 같은 팔에다 힘을 줘서 구부리게 하면서
“야! 오늘 보니 팔에 알통이 많이 커졌네......매일 엎드려뻗치기 하니 근육이 불었나봐...”
“정말이가 아빠!”
완전히 입이 벌어집니다.
“엎드려뻗치기 할 때 힘들면 오늘부터 집에서 조금씩 연습을 해.....그리고 그걸 벌 받는다고 생각하지 말고 운동한다고 생각하고 하면 즐겁잖아......알통도 생기고.....”
“그래도 벌인데.....”
하면서도 얼굴에는 어느새 골이 다 풀어졌습니다.
학교 안 간다는 이야기는 잊어 버렸습니다.
아파트 앞에서 공손하게 인사하고 씩씩하게 손 흔들면서 학교 갔습니다.
오늘은 벌을 안 서고 와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진짜로 여자는 시집 못가면 히스테리가 생기는 걸까요?
'애들야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요즘아이들 (0) | 2005.09.07 |
---|---|
가문의 영광 (0) | 2005.09.02 |
짜장면........ (0) | 2005.07.20 |
아들이 쓴 - 호국보훈의 달 글짓기 작품 (0) | 2005.06.23 |
무서븐 순사전화 (0) | 2005.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