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해보니 작은놈 입이 댓발이나 나와 있다.
성질부린다고 튀어나와 있는 건 입이 아니라 주댕이다. 살살 간지럼을 태우면서 왜 그러느냐고 물어도 대답이 없다. 한 30분 있으면 저절로 술술 나발을 불게 될 놈이 아직은 버티기 할 시간인가 보다.
저녁 먹고 나니 언제 입 튀어나왔었냐 싶게 짱구를 보느라 히히거리는데 사건을 연유를 캐보니....
최근 집근처 대형 아파트촌이 입주를 시작하면서 작은놈 반의 아이들이 새학교로 많이 옮겨 갔나 보다. 그러다 보니 다시 반편성을 하게 됐는데 작년 1학년말부터 작은놈의 짝지로 무섭게 떠오른 자은이와도 반이 갈리게 됐던 것이다.
오랫 동안을 방학이라서 못만나다가 개학해 보니 반도 갈려버리고 해서 자은이가 속이 탔던지 어제는 학교 갔다가 바로 우리 집에 와서는 두시간을 기다려 학원 갔다 오는 준이를 저거집에 데려갔다는 것이다.
저녁시간이고 해서 지엄마가 안보낼려고 했더니 자은이가 눈을 홉뜨고 사정을 해서 마누라가 기가 차더라는 것인데 30분만 놀다오기로 한 약속을 두시간이나 넘긴 것 뿐 아니라 얼마나 대접을 잘 받고 왔는지 저녁밥도 깨작거렸던 것이다.
대체 뭘하고 놀았냐고 탐문수사를 해봤더니 인형옷 갈아입히기 놀이도 하고 음식 만들기 놀이도 했는데 자꾸 자은이가 지더러 아들하라 하고 자은이는 엄마를 할라해서 음식만들기 놀이는 재미없더라고 한다.
자은이가 또 뽀뽀하자고 안했냐니깐 “아빠는 변태가?” 하며 눈을 홀기는데 이놈이 작년 복도에서 자은이한테 기습뽀뽀를 당했다고 실토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좌우지간 요즘 아이들이란 참으로 당돌하다. 계집애가 머슴애보다 한결 성숙도가 빠르다고는 하나 어찌 우리집엘 와서 기다렸다 데리고 갈 생각을 할 수 있는지.....자은이 엄마도 혀를 내두른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