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깨비님 블러그에서
“야! 이 씨발놈아 연애도 한번 못하게 니는 와 맨날 박가만 델고
오냐?”
지난 월요일, 반풍수 연극쟁이인 친구가 소개시켜 줄 마당발이 있다고 나를 델고 간 식당에서 주인여자가 친구에게 퍼붓는 소리입니다. 식탁이 열서너개에 등받이 없는 프라스틱 의자 그리고 듬성듬성하게 파리가 휘이~~나르는, 함바집도 아니면서 건설노동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제법 오래된 티가 나는 식당이었습니다.
겉보기에도 허름한 것이 위생상 그리 깨끔스런 식당은 아니었지만 이런 집이 기가 막히게 음식 맛은 훌륭한 경우를 더러 봐왔습니다. 서빙하시는 아지매 한사람과 둘이서 운영하는데 첫 대면한 자리에서 그 아지매가 힐끔 째리며 하는 말이 “오늘은 새끼줄 맨 멋있는 놈이 하나 왔네!” 였습니다.
한잔하러 가기 전 친구가 입이 좀 거칠다라는 정보를 줬기에 가타부타할 수 없어 가만히 있긴 했지만 첫 대사를 그리 듣고 보니 잠시 어이가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막걸리 좋아하는 친구는 막걸리를 주문하고 저는 소주를 달라했더니 아지매 술 갖다주면서 또 “처먹는 거나 같으면 일하기나 수훨치!” 하는 겁니다.
친구가 너 괜찮냐? 하는 표정으로 내 눈치를 살피면서 “아! 그 아지매 주둥이 더럽네!” 하니깐, 아지매 친구에게 주먹을 들이대면서 “바쁘니깐 안주 시키지 말고 그냥 김치하고 처먹어!” 했습니다.
저녁밥시간이라 근처 아파트 현장 인부들이 왁짜지껄하게 들이닥쳐 삽겹살에다 뼈다귀해장국을 들고 나르면서 아지매 둘, 인부들과 껄렁한 농담 쉴새없이 주고받는데, 정말 재미나게 일하더군요. 어깨너머로 돌아오는 그 섹쉬하고 엑스타쉬한 대화들이 하루의 스트레스를 녹지근하게 풀어주는 뭐 그런 푸근한 맛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쥔장아지매 무시하는 척 하면서도 가끔 들여다보며 안주는 뭘 좋아하느냐? 싫으면 관두고....? 내를 만날랴면 8시반까지 기둘여! 뭐 이러면서 제 맘대로 한번씩 찝적거리더군요. 인부들 식사시간이 8시 반쯤이면 끝나는 모양입디다.
배가 고프던 참이라 8시가 되니 허기가 져서 뭐라도 안주하나 만들어 달랬더니 궁물 있는 거? 없는 거? 고기를 줄까? 생선을 줄까? 난리를 부리길래 나도 그만 험하게 한다고 꼴리는대로! 라고 해 버렸더니 어쭈~~~막 먹는다 이거지.....하면서 꽁꽁 언 참치스파이크 마구로를 김 한 뭉치와 함께 접시가 깨지도록 놓고 가는 겁니다. 이가 시리더군요.
8시 30분이 되니 서빙아지매 물이 펄펄 끓는 다라이를 들고 나오는데 뭐냐고 물어보니 숟가락 삶는 거랍디다. 언젠가 뉴스에 일부 유명한 경양식집에서 손님들이 사용한 숟가락 젓가락을 물에 한번 담갔다가 꺼내놓는 걸 봤는데 숟가락 삶는 걸 보니 식당에 믿음이 갑디다.
마친다면서 쥔장아지매 홀 전등을 반쯤 죽이더군요. 술 먹는데 밥 달라고 겨들어오면 귀찮다나 뭐라나......이젠 본인도 한잔하면서 쉬어야 된다고.....내는 박x숙인데 니는 누고? 하며 통성명하자고 해서 명함을 한 장 건넸더니, “야! 좋은 한글 놔두고 왜 어려운 한문이냐? 얼래래 뒤에는 꼬불랑 글씨까지~~무식해서 읽어 볼 수가 있나?” 타박이 심했습니다.
명함을 보더니 같은 박가라고......게서 “한번 붙어먹지도 못하게~~”라는 야그가 나온 겁니다. 친구놈은 또 쥐어박히고.....58년 개띠라고 누나라고 하라는데 호구 조사하고 보니 고향사람이었습니다.
아지매 반술 되더니 친구놈 인간 좀 만들어 봐라 합니다. 집안도 괜찮은 놈이 돈 200만원 벌자고 하꼬방 같은 공장에서 신나 섞은 페인트 마시고 산다면서 이 미친놈이 저거 장인 회사에 안가고 왜 이러고 사는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트립디다. 노상 돈 없어서 막걸리 외상 처묵는 놈이.....코는 왜 그리 크냐고? 누구 믿고 그리 잘 생겼냐고....함서
아지매 10여년전 사별하고 아들 군대가고 딸은 대학 다니고....그러면서 지는 아가씨나 진배없는 새거라고.....생각 있으면 말만 하라고 하면서, 이래뵈도 맘에 드는 놈 여럿 잡아 묵었다고 했습니다. .....넨장, 박가는 안 된다고 해놓고는.... 친구놈 막걸리에 취해서 아지매 히프는 아직 30대라고 한마디 거들더군요.
느그 영감 출마했다고 들었는데 홍보물 좀 갖고 오라고.....식당 거래 손님이 일일 300명이라고....구케의원 누구, 시장 누구, 줄줄이 꿰면서 내 많이 뛰어 줬다고....되거든 코 삐뚤어지게 술 한번 사라고....고향 아지매 비틀거리면서 요강 비우고 오겠답니다.
친구놈 막걸리 4통 홀짝거리더니 완죤히 풀어지대요. “야! 내가 왜 장인회사에 안 가는지 너 모르지?” “자식아 왜 몰라....너 자존심 때문 아냐?” “아니야 짜식아.....나는 가고 싶은데 말이지......마누라가 죽어도 못 가게 해! 그래서 못가?” .......된장맞을.......놈이 아주 애처가답게 숨죽이며 살아온 거거더군요.
화공학과 출신인 친구는 문학동아리 후배인 여학생과 참 어려운 연애 끝에 결혼했습니다. 만나지 못하게 해서 담 넘어 들어갔다가 처남될 놈한테 얻어맞기도 숱하게 했지요. 당시만 해도 그 여학생이 좀 잘 사는구나! 생각은 했지만 처남과 장인될 사람들이 왜 그렇게 친구를 반대하는지 그 이유를 나도 잘 몰랐습니다.
그러다 결혼하고 보니 친구의 처가는 방산업체를 운영하는 대단한 재벌이었습니다. 아마 가진 사람끼리의 수준 맞는 혼사를 하고 싶어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렇게 반대하는 결혼을 한 탓에 군출신인 장인은 딸을 쳐다보지도 아니하고 사위를 바라보는 처가 쪽의 냉랭한 눈길이야 말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IMF를 겪으면서 열 번도 넘는 이직과 퇴직으로 친구가 오랜 백수의 늪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에 우리는 짜식이 자존심 지키느라 오라는 장인 회사에 안가는 거지! 라고 오해를 했었고 설마 그 재벌장인이 생활비는 도와주겠지 라고 생각했던 겁니다.
친구가 “너만 알고 있어라!” 하는 와중에 급한 전화가 와서 대충 술값을 두고 먼저 나왔었는데 화요일 아침에 출근하자마자 그 아지매가 전화를 했던 겁니다.
곯아떨어진 친구를 델다 주러 아파트에 갔었는데, 아무래도 불안하다 싶더니, 그만 계단에서 나자빠지는 통에 친구마누라 오라해서 데리고 갔다고, 잘 생긴 코 다 깨고, 면상 다 갈았다고, 미친놈 망할 놈.....욕을 끌어 붓고는, 막걸리 한통 팔아주는 놈을 맨날 집까지 모셔다 주는 내가 미친년이라고 자학하며 길길이 뛰던 겁니다.
얼마나 다쳤나 싶어 전화를 해가지고 야! 괜찮냐? 물었더니 대뜸, “야! 라니” 그 아지매가 전화를 받으면서 미친놈이 핸폰까지 놔두고 갔다고 합니다. “야야! 제발 그 미친놈 연극이고 지랄이고 치우고 정신 좀 채리라 해라! 알겠냐!”.......... 친구 핸펀 안부숴졌나 모르겠습니다.
퇴근하는 길에 핸펀이나 가져다 줄까하고 식당엘 들렀더니 어떤 면상 우그러진 놈이 방금 다녀갔다고 하면서 아지매 바쁘다고 얼른 가라합니다.
5월에 무대에 올릴 연극을 준비하고 있는 친구놈 전화기 속에서 “술 먹다 면상 가는 건 병가지상사지!” 하고 허허허 웃습니다. 사랑이 동정으로 변해 결혼해 줬다는 친구 마누라가 바가지 얼마나 긁었을지 눈에 선합니다.
“술값 모자라더라!”
아지매의 미련을 두는 소리를 뒷통수로 흘리면서 사는 방법도 참 여러 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아지매나 친구나 내나 다 참 어설프고 불쌍한 중생들이면서 다 제 맛에 살아간다는..... ㅊ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