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도 있고 해서 점심 때 삽겹살이나 구워 먹자고 마누라가 야채를 사오라 하셨다. 근데 집 앞에 야채가게가 두 군데나 있는데도 불구하고 꼭 10분이나 가야하는 먼 가게를 갔다오라고 부탁을 하는 것이다.
황사가 심해 산에도 안 간다는 사람이 왜 그 먼 가게를 꼭 갔다 오라느냐고 툴툴거리니 고향부모 생각나서 그런다고 이왕이면 그 가게로 꼭 갔다 오란다.
거금 2000원을 받아 슬리퍼를 끌면서 찾아가보니 큰 건물사이의 벽 틈에 천막으로 하늘을 가린 좌판이 하나 있었다.
상추를 찾아보고 있는데 할배가 옆 가게에다 버럭 고함을 지르니 할매가 뭘 찾느냐고 뛰어나오는 것이다. 상추 천원 풋고추 천원어치를 달라면서 집 앞에도 야채가게가 있는데 마누라가 꼭 여길 가라해서 둘러왔다니 할매가 무척 반색을 하며 고마워서 상추를 더 넣었다고 한다.
터덜터덜 돌아왔다.
고맙다고 할매가 상추를 더 넣어주더라는 말도 고해 받쳤다. 그런데 상추를 씻다말고 마누라 “아이고 세상 참 무섭데이~~~세상 참 무섭데이~~~아무리 남자를 보냈다고 이럴 수가~~~” 혀를 끌끌차는 것이다.
노지 상추가 아니어서 맛이 없는 것은 둘째치고라도 상추가 시들어 물러터진 것이 절반에다 풋고추가 500원어치도 안된다는 거였다. 그러기에 야채는 여자가 사러 가야된다니깐....그래도 그렇지 장사를 사람가려 가며 한다는 게 말이 돼? 그건 당신 생각이고.......그 할매 보기엔 안 그렇더니......정말 너무 하네.....
황사 열라 심한 토요일,
2년 넘게 정으로 거래해 온 야채가게 노친네의 이율배반에 우리 마누라 엄청 실망해 버렸나 보다. 노릇노릇한 삼겹살 우겨 넣으면서 아들한테 밥상머리 교육을 좀 했다.
“아들아!“
상추 천원어치에도 이런 엄청난 음모가 숨어 있단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