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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야그

자전거

★진달래★ 2006. 6. 16. 10:30
 

 

노대통령 생가는 그리 붐비지 않았다.

전에도 두 번 찾아본 적 있었지만 그 때만 해도 인산인해라고 하나? 그리 뽁짝거리더만....5.31일 지방선거의 뒷맛이 느껴지듯 씁쓰레 했다.


하긴 난들 뭐 그 양반의 고향에서 밥 먹고 살긴 하지만 그리 골수팬도 아니고 실망한 편인지라....노통이 면벽수도 아니 고시학도로 열공했다는 토굴도 찾아보고 매스컴의 주 뉴스가 된 적 있었던 그 양반 형님 댁....그리고 그 양반이 자주 낚시를 했다는 연못....도 둘러보았다.


집안에 틀어박혀 있자니 온갖 상념에 나를 넘어설 수 없는 불가능한 상상들만 뇌 속을 헤집고 있어 일어나자마자 물 챙기고 선글라스 챙겨서 자전거를 끌고 나갔다. 시속 80km의 가장자리 없는 도로를 따라 사이클링 한다는 게 위험하기도 하지만 집중하다 보면 머리가 개운해지기도 한다.


두 번째 그 도로를 탔다.

애초에는 대통령 생가를 찾아 기분 쳐지는 요즈음 뭔가 삼빡한 기를 좀 받아볼까 하는.....하이구 골수 노짱팬도 아니면서...언감생심 페달을 밟았건만.....생가 주변 담벼락 밑에서 풋고추, 깻잎, 옥수수 다해야 2~3만어치도 안될 걸 내다 놓고 서로 팔겠다고 호객(?)하시는 그 동네 할머니들 덕분에 어휴~~~한숨만 내리 쉬고 말았다.


군주시절을 지나 제국주의...그리고 머지않은 시절 때만 해도 한 인물난 동네는 사방 몇 백리가 삐까번쩍할 때도 있었다는데 글쎄다. 아무리 민주주의다 권력은 국민한테서 나온다 하더라도 우리 인정에 대통령이 난 동네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뭔가 좀 콩고물이 떨어져도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해봤다.


현재 대통령 생가에 혼자 사시는 아주머니도 보이지 않고 사람만 보면 좋아서 혼자 뻑가는 잡종 진돗개도 똥 싸러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저번에 왔을 때 요즘도 “기” 받는다고 방안에 드러눕는 사람이 있습니까? 하고 물어봤더니 피이 웃으면서 “기‘라는 게 있기는 한지...우리 자식들 사는 거 보믄....하시고 말더라.


그 동네를 나서니 11시.

해가 중천인 어중간한 시간이라 다시 어딜 들릴까 하다가 선거당시 말도 탈도 많았던 진례도자미술관을 한번 찾아가보기로 했다. 힘을 내 오르막을 돌파하고...사실 그 땡볕에 비지땀을 쏟으면서 오르막을 기어오르는 일은 거의 고통에 가깝다. 이 짓을 왜 할까? 30cm 틈을 주고 덤프트럭들이 굉음을 내며 지나가지 어떤 승용차 타고 가는 놈은 냅다 소리를 질러 사람을 놀래게 하기도 한다.


마음에 쇼크를 준다.

이것도 못 참아내는 놈이 무신 세상 탓을 하고 사랑놀음이냐고....객지에 와서 본청근무만 하다 보니 지리에 문외한이라 큰 도로를 따라 진례를 한바퀴 다 돌았는데도 미술관은 코빼기도 보이지 안한다. 왕복 2차선 도로는 사이클링하기에 너무 위험하고....이웃면의 경계지점에 다달아 핸들을 틀어 달리다 보니 으이구 장유출장소가 다 나왔다. 이러다 오늘 배기가스만 맡다가 가겠다 싶었다.


1시 40분!

그래 한번 가보자.

꼭 가봐야 될 것 같은 의무감도 있었지만 그 사람이 숨 쉬고 사는 동네의 공기 맛은 어떤지 어떤 사람들이 살고 있는 동넨지 어떻게 생겼는지....그 사람이 올려둔 블로그의 글 내용을 추측하며 창원 고속도로 입구까지 달렸다.


아담한 동네 몇 군데를 헤메다가 사실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는 입장이라 포기하고 내려오다가 예감에 그래 대나무 밭이 딸린 집이라 했었지 싶어 올라간 거기 그 동네 맨 뒷쪽에 그 사람이 사는 집이 있었다.


포장은 했지만 굽이굽이 좁은 동네안길과 경로당....텅빈 집들과....인기척이 없는 시골동네....주차는 어디다 하고 이 골목길을 오르내리는지....지하창고가 넓찍할 것 같은 빨간 벽돌집....블로그에 올려놓은 사진 속 석류가 한물가고 있었다. 내 마음만 빼고 모든 게 고요했다.


3시 40분!

볕에 탄 양팔이 따갑기 시작했다. 자전거 탈 때에는 긴옷을 입는다는 걸 늘 잊어 먹는다. 다리가 후둘거리고...오르막에서는 최상단 기어를 넣어도 속도가 붙지 않는다. 3개에 만원을 써 붙인 성인용테이프를 파는 트럭 옆에서 물을 마시면서 잠시 쉬었다. 하나 팔아달란다.


“에이 아저씨 그런 거 비디오 가게서 200원만 주면 빌리는데....“ 트럭아저씨 손사래를 치면서 진짜 찐한 거란다. 요즘도 그런 테이프를 찾는 사람이 있는지...어이구 더 덥다. 한림면을 지나 새마을 입구에 오는데 폰이 울린다. 오다가 탑마트에 들러 두부를 한모 사오라는 마누라다.


두부면 뭔 두부를 말하는지 순두부도 있고 물 같은 두부도 있던데 하고 물으니 ....제사 지낼 때 쓰는 두부라기에 칼로 썰어서 구워 먹는 거 말이냐고 물으니 도대체 두부도 모르냐고? 먹긴 잘 먹더만....하고 삑싸리를 낸다.


내리막길을 신나게 내려오면서 아~~~이런 순간에 반대편에서 미친놈의 차가 들이밀면 이대로 삶이 끝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이대로 여기서 그냥 죽는다면 난 아쉬운 게 과연 뭐 있나? 라는 생각을 했고 별로 미련 둘 그런 게 없다!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보험은 몇 개나 들어놨나라는 계산을 했고 애들은? 하는 생각과 함께 내가 지금 죽으면 마누라와 애들이 며칠을 슬퍼할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내 부모 돌아가셨을 때 과연 며칠이나 눈물 흘렸던가? 하는 생각을 했고 긴 간병 끝에 돌아가신 걸 얼마나 고맙게 생각했더냐고? 불효에 스스로 반성을 했다.


5년이 지난 지금에도 생시처럼 부모님과 살던 때가 꿈꾸어지는데 형제들은 그게 안 좋은 것이라고 내심 찜찜해들 하지만 난 그게 왜 안 좋은 일인지 알 수가 없다. 살적에 부모한테 내가 너무 불만이 많았던 이유가 아닐까?


아파트 앞에서 학원차를 기다리고 서 있는 늦둥이을 만났는데 입이 댓발로 튀어 나와 있다.

 

“아빠는 약속도 안 지키고....”

오늘 한시간 보충수업이 있어서 일찍 가야한다고 아침에 차 태워달라는 걸 깜빡하고 있었던 거다.


넨장! 마누라가 좀 델다주면 좋으련만.....먼 친척 부부가 교통사고로 죽는 걸 본 이후 운전이라면 죽어도 안한다는 마누라이니....투덜거리면서 집 안으로 들어서는데 마누라 눈빛이 심상치 않다. 

 

아차! 두부.....

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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