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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야그

남의 흉보기2

★진달래★ 2006. 8. 23. 13:11
 

 

한 50억 재산 가진 과장이 있었슴다.


과거형으로 보아 짐작하셨겠지만 퇴직한지 좀 됐는데 최근 목욕탕에서 만난 사람의 전언에 의하면 하는 일도 없고 친구도 없어 말년이 초라하더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나랑 한2년 같이 근무한 이 사무관님의 특징을 몇 가지로 요약해 보겠슴다.


1. 구내식당은 절대 안갑니다.

- 식판을 들고 줄서서 배식하는 건 체면을 구기는 일이고 남자가 직접 가져다 먹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2. 그렇다고 좋은 음식을 먹는 건 절대 아닙니다.

- 늘 짜장면(면 종류는 하루에 한번씩은 꼭 먹어야 하는데 혹시 못 먹은 날은 집에서 라면이라도 끓여 먹어야 맘이 풀린다 합니다) 아니면 국수(칼국수) 그리고 소주와 족발. 그리고 절대 계산은 하지 않습니다.


3. 식당에서 기다리는 건 질색입니다.

- 주문해서 바로 음식이 나오지 않으면 소리를 지르기 때문에 식당에서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도우미 아줌마들이 우선 겁을 먹습니다.


4. 고스톱치자면 자다가도 일어납니다.

- 이 양반이 총애하는 직원은 퇴근 후 고스톱 조를 잘 짜는 사람입니다. 퇴근 후 고스톱조가 형성되면 보통 11시 12시까지 놀아줘야 하는데 그 시간까지 그 양반이 좀 따든가 본전을 하면 일어서고 그렇지 못하면 날밤을 까야 합니다.


나중에는 직원들이 지쳐서 그냥 잃어주고 빨리 일어나려고 치는데 고스톱이란 게 참 묘한 것이라서 잃어주려고 치면 뒷장이 더 잘 붙어서 그날 왕창 따버리게 됩니다.


아침 6시까지 고스톱치고 출근하면 자기는 과장이라고 의자 돌려서 한숨 눈 붙이지만 직원들은 시뻘건 눈으로 민원인과 씨름을 합니다. 그리고 무슨 돈이던지 만들어서 그 본전을 채워줘야 한답니다.


언젠가 저도 고스톱조원이 모자라 대타로 나가서 좀 따는 바람에 애로사항이 엄청 있었습니다.


이 양반이 퇴직하고 나서 골프를 좀 치러 다닌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최근 그것도 막살 놨다고 합니다. 그린피를 내는 것도 남에게 미루니 도대체가 같이 라운딩을 해주겠다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골프나 고스톱이나 혼자서 하면 재미가 없거던요!


* 오늘 점심 먹으면서 이 양반 근황을 들었는데 고속도로 차사고로 150바늘을 꿔매고 6개월 만에 중환자실에서 퇴원을 했다네요? 참 다행이지요? 근데 사람들 의견이 우습더군요. ----- 돈이 아까워서 죽지도 못했을 거라고 ----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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