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일터야그

낯짝깨다

★진달래★ 2006. 11. 13. 10:15
 

 

아침에 거울을 보면서 출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한참 갈등했습니다. 병가지상사라고 무사집안에 칼쌈하기 예사고 술 먹는 집안에 술주정하기가 예사라지만 50 밑줄 친 이 나이에 이게 무슨 꼴인지 샤워하고 얼굴에 후시딘을 바르면서 참 내가 한심하다는 생각을 두고두고 했습니다.


토요일,

사무실에서 M.T를 가졌지요. 일년 한번 있는 membership training은 직원간의 화합과 단결을 추구하고 건강지수를 측정해 본다는 취지로 등산과 회식을 겸하는 시간입니다.


올해는 725고지에 있는 룡지봉을 올랐습니다. 등산이야 쉬는 날 짬짬이 하는 것이고 마침 서늘한 가을비가 감기 걸리기 딱 좋게 뿌리는지라 휴식 없이 바로 정상으로 올랐습니다.


대성산을 거쳐 3시간 30분 가량 산을 타고서 예약 해둔 염소불고기를 먹는데 꿀맛이었습니다. 문제는 소주가 일차 훑고 간 시간 국장님이 꺼낸 양주가 발단이었습니다. 폭탄주로 하자다가 배가 부르다고 스트레이트로 마시기로 했는데 지엄하신 국장님 명령에 누가 잔을 거절하겠습니까?


처음엔 사람이 술을 먹다가 양주가 두어병 비니깐 술이 술을 먹는 단계에까지 가더군요. 게다가 여직원이 제 자식  외고 합격한 이야기를 꺼내는 바람에 박수를 치고 축하주가 저한테로 집중되는 현상까지 겹치더군요.


거기서 필름이 끊어진 것 같습니다.

산을 내려 와 노래방을 어떻게 갔는지....혼자 집까지 어찌 걸어갔는지....10층에 사는 노처녀가 아저씨가 현관 앞에 앉아 졸고 있다고 연락을 해줘서 아들이 데리고 올라갔다 합니다.


어디서 넘어졌는지 얼굴은 피떡이 됐고 지갑도 핸드폰도 다 없더라는 겁니다. 아무리 마누라가 어디서 술 마셨냐고? 가방 어쨌냐고? 물어도 눈만 끔뻑끔뻑해서 늦둥이 말하기를 아빠가 소 같더라 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술떡이 된 직원 집으로 전화를 해서는 노래방을 찾아 가방을 가져 온 모양입니다.


근래 차 값을 결제한다고 카드한도액을 2천으로 높여 놓았기에 사고가 났으면 정말 대형사고였겠지요. 밤새도록 열 받은 마누라 얼마나 동동거렸을까? 생각하면 한없이 미안하지만 아침 일찍 나가서 해장국을 사오는 데는 그래도 역시 마누라가 고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거실에서 밤새 토하고 뒹구면서 난 화분을 두 번이나 쏟았다고 아들놈은 테레비에서 보던 술주정을 정말 실감나게 봤다고 놀리고 마누라는 그놈의 혈압 관리한다고 쪼매먹더니만 몸 다 버렸다고 난리를 칩니다.


얼마나 소문이 났는지 아침에 직원들이 돌아가며 괜찮냐고? 들여다보고 갑니다. 내일 외고합격생 학부모간담회가 있는데 이렇게 다 깨진 면상으로 어떻게 참석을 해야 할지 정말 걱정입니다. 늦둥이가 말하기를 선생님들이 아빠보고 조폭이라 안하겠냐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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