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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야그

건강검진

★진달래★ 2006. 9. 4. 11:25
 

 

며칠 전부터 청내게시판에 한인간도 빠짐없이 건강검진을 받으라고 한날이 오늘이다. 내가 나를 생각해 봐도 내란 인간은 참 제도권적인 인간이라선지 검진을 빼먹는다는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일찌기 관내보건소에서 시행하는 이 건강검진이 별 신뢰성이 없어서 꼭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직원이 회의를 품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 수년전에 같이 근무하던 전문위원이 전혀 이상 없다는 건강검진 결과에도 불구하고 급성백혈병으로 6개월을 못 넘기고 사망한 전례도 있었다.


하옇던 간에 검진시작 8시30분에 도착하여 Keep a line 했음에도 불구하고 첫 검진 시작인 치과파트에 의사란 사람이 아직 출근을 안했다지 않은가? 범시민적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람이 민원이 빈번한 보건소에 근무한다는 자체가 의심스럽지 않으냐고 직원들이 쑤군쑤군댔다.


치과를 맨 나중에 돌리고 자동체크기로 혈압을 찍는데 이런 일이 있나? 최고 159에 최저 90이 찍히는데 작년에도 높다 그러더니 혈압이 엄청 세게 나왔다. 직원이 급하게 도착해서 그럴 수 있다고 5분 후에 다시 체크하자는데 사실 20분 전에 와 있었던 거다.


다시 체크해 보니 146이 나오는데 높긴 높다. 시력 측정을 하러 갔더니 측정을 할래말래 묻는다. 눈이 안 보인다고 뭐 낫게 해줄 것도 아니고 싶어 평소 시력을 말하니 그냥 적고 다음 파트로 넘어가란다.


심전도 실에 가서 온갖 칩을 다리와 배에 붙이고 누워서 기계로 그래프를 찍는데 할 때마다 모르모트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래프를 들고 상담실로 가니 이 방의 의사도 출근 전이란다. 근무기강이 헤이해진 거 맞다. 일반시민이 보면 금방 민원이 될듯하다.


10여분을 기다려 의사랑 이야기를 하는데 그래프를 보더니 심장이 약간 부대끼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관리를 하시란다. 최근 열 받은 일이 있냐고? 해서 작년에도 혈압이 높다고 해서 일반 병원에 갔더니 정상이라 하더라고 하니 이 의사 좀 기분 더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짜식이 무시 당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넨장....열 받은 일이야 많지....말 못해서 그렇지....

2층에 가서 정밀 진단하고 처방을 받으라 해서 내과로 갔더니 다시 혈압을 재는데 아주 정상이란다. 의사 둘 중에 한사람은 혈압을 재봐야 될 거 같다.


작년에도 이런 경우가 있었다 하니 혈압은 순간적인 신체상태에 따라 틀리는 것이니 두어번 다시 들러 체크를 해보고 투약여부를 결정하잔다. 혈압 약은 한번 먹기 시작하면 평생을 먹어야 하니 신중하자는 거다. 별로 기분이 좋지는 못하다.


주차장으로 와 시동을 거는데 갑자기 앞이 하얗다.

이룐....백지에 뻘건 엑스표를 한 5부제 위반차량 경고장이 앞유리에 터억 폼 나게 붙어 있는 거다. 검진에 정신을 팔다가 오늘이 6번 운행스톱인 것을 까먹었다. 택시타고 오면 요금이 5천냥인데 택시비 줄 것도 아니면서 왜 차는 못 타게 하는 건지...지랄이다 싶지만 열 받지 말랬으니 속을 가라앉혔다.


스티커를 얼마나 야물게 붙여 놓았는지 끈끈이 풀을 떼 내느라 손톱이 다 아프다. 혈압 높다고 약 먹으라는 보건소가 혈압을 더 올려준다. 억수로 고맙다.


사무실에 오니 빈자리가 훤한 주차장 길목을 마티즈가 막고 서 있어 주차할 수가 없다. 전화를 해도 불통이더니 3층까지 끄덕끄덕 올라가 책상에 앉으니 전화가 온다. 내려가 다시 주차하고 올라오니 땀이 찔찔 흐르는 게 진짜 혈압 오른다.


혈압관리하려면 이놈의 차부터 처분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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