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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해서 집에 도착하면 젤 먼저 하는 것이 현관문에 붙은 광고지 떼는 일이다. 이것이 한두장도 아니고 많은 날은 열댓장이 되는 날도 있어서 아내가 아예 현관 밖에다가 종이박스를 놔두었다.
도대체 그런 광고지를 누가 읽어보고 거래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참 무지막지하게 갖다 붙이는 데는 손발 다 들고 있는 중인데 어제도 무심코 그놈의 찌라시를 떼다가 돈 되는 걸 하나 발견했다.
인터넷 이용 거래처를 바꿔주는 댓가로 현금을 8만원이나 우선 입금을 시켜준다는 것이며 한달 사용료가 무지 싸던 것이다.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도 있긴 하지만 지금 사는 아파트에 그 회사 라인이 없어서 이용하지 못하고 있었던 터라 바꾸기로 하고 사용 중인 통신회사에 해지하겠노라고 전화를 했다.
이리저리 회선을 돌려가며 은근히 짜증나게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이름을 물어보던 이 재벌회사가 6년이나 된 고객이 해지를 하겠다니 그 연유를 차곡차곡 귀찮을 정도로 물어보더니만 과감히 다음달부터 5천원을 인하시켜 드리겠으니 그냥 이용하실 의향이 없느냐는 것이다.
아예 사정을 하는 것으로 보아 급하긴 급한 가 보다. 우리 아파트에 사는 많은 고객들이 이용료가 싼 회사로 갈아탈 것은 뻔한 일! 그럼 옵션으로 8만원을 입금시켜 주겠냐니 그건 곤란하다는 것이다.
그럼 당장 해지를 해달라니까 혹시나 마음이 변하실지 모르니 좀 있다 다시 지들이 전화를 걸테니까 한번 재고를 해보시란다.
뭐 그렇게 하자하고 다시 통화를 하자니 꼭 그렇게 하셔야겠냐고? 그 신규회사는 사후 써비스도 안 좋고 속도도 느리고 해가면서 언제 봤다고 그리 아쉬워하는 건지 참 눈물 날 일이다. 신분증을 복사해 팩시로 넣어달라고 한다.
은행도 그렇고 통신회사도 그렇고 이것들은 가입할 때는 아무 조건이 없다가도 해지할라면 꼭 본인이 와라 뭔 서류를 보내라고 귀찮게 지랄을 하는데 바꾸려고 하는 이놈의 회사도 나중엔 마찮가지겠지만 가입한다는 전화를 하니 얼마나 싹싹한지 주둥이에 참기름을 한숟갈이나 바른 듯 하다.
우쨌던 가난에 째질 형편이라 다달이 6천원이나 싼 이용료와 현금 8만원에 홀딱 넘어간 것인데 속도와 써비스가 나쁘지 않아야 마누라 지청구를 안들을 것인 바 속으로 약간 걱정이 안 되는 것도 아니다.
나 참.....인간이 약해지는 데는 다 이놈의 돈 탓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