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허무하다! 허무해!”
늦둥이가 학교 갔다 와서 폐지박스에 방학 과제물을 버리면서 하는 소리입니다.
왜 허무하냐고요?
독후감 쓰기. 만들기 하나. 그리고 동식물이나 환경에 대한 연구관찰 보고서 해서 방학과제가 세 가지였는데....
독후감은 “성탄절에온천사성탄이”를 읽고 원고지 8장(원래 5장까지)을 썼고 만들기는 나무젓가락으로 의자를, 어깨 피부가 허옇게 벗겨지도록 강에서 외래물고기와 토종붕어를 잡아 비교 사진 찍고 자료를 검색해서 관찰 보고서를 썼었지요.
이게 다 가족과 함께 해야 되는 과제라고 단서를 달아놨더군요!
애가 스스로도 만족하고 열심히 만들었기에 자신 있게 과제물을 제출했는가 본데...글쎄요! 담임이 한번 읽어보지도 않고 표지에 별표만 하나 꾹 눌러주고 말더란 겁니다. 은근히 선생님의 칭찬을 기대 했던 거겠지요.
“숙제 그거 열심히 잘할 필요도 없대! 뭐!” 하더군요.
한번 읽어보고 이것저것 조금 지도해 줬더라면 애한테 얼마나 큰 도움이 되고 성취감을 가질 수 있었을까 생각하니 안타깝고 아쉬웠습니다.
“의자는 왜 안 가져 왔어?”
“그건 교육청에서 손님이 오면 본다고 전시한대요!”
교육청에서 어떤 인간이 학교를 방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거 만든다고 본드냄새 맡은 걸 생각하면....넨장....현실이 존재를 망각하게 한다더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