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집에 온 아들이 수업 따라가기가 무지 힘들다고 제 엄마에게 하소연을 하는 모양이다. 2사분기 성적을 보니 예상한 수준은 되는 것 같은데 제 마음에는 차지 않는 모양인지 돈 많은 집 애들이 확실히 뒷심이 좋더라고 까지 한다.
저거 반 30명 중에 의사 교수 외교관 집 자식이 절반이니 우리하고 사는 수준이야 비교 안 해봐도 뻔한 것이고 게 중에 9명인 남학생들이 기를 못 펴고 학교생활 하는 것이 눈에 훤하다.
학급반장이니 회장이니 감투는 전부 여학생 차지인지라 공부로라도 어디 한번 이겨보려고 하니 수백짜리 과외 받고 온 애들이라 것도 힘든다는 것이겠다.
그 중에서도 가장 따라가기 어려운 것이 수학이라 해서 제 엄마가 육신의 모든 안테나를 가동하여 동네를 사찰한 결과 좀 능력 있다는 수학 개인과외 선생의 한달 수업료가 120만원이란다. 그것도 매일하는 수업도 아닌 토, 일요일 각각 두 시간 총 16시간에 말이다.
그것도 시간을 빼기가 힘들다고 할 것인지 말 것인지 당장 결정을 해달라고 재촉을 한다는 것이다. 간이 히떡 디비진다.
한놈 공부 시키자고 온 식구가 손가락을 빨고 살아야 될 형편이니 이야기를 들은 아들도 애비 수입에 그건 좀 무리라고 이내 포기하는 듯하나 실망하는 표정은 어쩔 수가 없다.
학교에서도 이러한 사정을 알고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방학 중에 보충 수업을 해 주는 모양인데 부잣집 애들은 개인과외를 한다고 방학 때는 아예 귀가를 해버리는 모양이다. 애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안 느낄 리가 없겠다.
오후 내내 한숨만 폭폭 내쉬고 있는데 어떤 학부모로부터 전화가 한통 걸려 왔다. 그룹 스터디를 하는데 자리가 비어 있다는 것이다. 강사도 학원가에서 꽤나 이름 있는 사람이라 어떻게 그런 전화를 다해 줬느냐고 알아보니 중학교 때 다닌 학원에서 추천을 해주었다 한다. 죽으라고 하는 법은 없다더니....
속 보이는 일이지만 우선 수업료가 얼마인지를 까놓고 물어보니 다운타운가의 한사람 개인과외비로 그룹과외를 한다고 하니 계산으로는 수십만원을 번 것이다. 얼굴도 모르는 그 선생님은 어디서 온 분인지 정말 훌륭한 사람일 것임에 틀림없겠다.
돈 앞에 체신머리 없이 간사해지지만 없는 놈이 어쩌겠는가? 한숨을 돌리고 나서 그룹 과외를 한다는 애들 면면을 알아보니 다들 처지가 비슷한 월급쟁이들이다.
개천에서도 용이 날 수 있도록 정부가 교육제도를 어떻게 해보자고 하더니만 젠장 시작부터 이리 차이가 심하니 용 나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일요일 저녁 기숙사에 태워다 주는데 아들놈이 제 엄마에게 “다른 엄마들 전화 오면 그룹스터디한다는 말 하지 마세요!” 하는 것이다.
돈이 없어서 그룹과외 한다는 사실이 쪽 팔린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