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아들
근무를 시작하자마자 마누라가 당황한 목소리로 늦둥이가 복도에서 넘어졌는데 앞니가 부러졌다고 담임선생한테서 전화가 왔답니다.
아이고머니나....살다 무슨 이런 일이....수질테스트 중인지라 경황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여직원 더러 결과를 보라고 맡겨두고 치과로 갔더니만 담임이랑 보건교사랑 얼굴이 노랗게 떠 있더군요.
선생님들이 놀라셨지요? 죄송합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애를 보니 멀쩡한 겁니다. 입술도 터지지 아니하고 운 표정도 없는 것이....교실로 우유박스를 나르다가 미끌어졌다고 합니다.
왜 치료를 안하고 내려 오냐? 고 물어 보니 그 치과가 마침 쉬는 날이라는 겁니다. 입을 벌려 보니 대문니 두개가 3/1쯤 부러졌습니다.
얼마나 덤벙대고 까불었으면....ㅊㅊ.
선생님들 학교로 들어가고 몇 번 간적 있는 치과에 갔더니 신경을 죽이는 치료를 하고 이를 덧씌워야 한다고 원장도 아닌 간호사가 호들갑을 떠는 겁니다.
아니 방금 넘어졌는데 이가 시리지 그렇다고 자라는 애들 이를 신경 죽이는 게 말이 되냐고? 하니 놔두면 큰일이 난다고....이넘의 가스나가...!
마누라도 뭔가 의심스러웠던지 다른 델 가보자고 해서 길 건너에 있는 치과를 다시 갔습니다. 원장이 차근차근 사진을 보고 문진을 하더니 이가 부러지는 바람에 치근에는 별 충격이 없었을 뿐더러 토요일 오면 이를 보기 좋게 붙여서 만들어 줄테니 걱정을 마시라는 겁니다.
찬 거하고 딱딱한 거는 당분간 먹지 말라니 늦둥이는 굶어 죽겠다고 걱정이 태산입니다.
경기가 나쁘다더니 치과에서도 과대진료를 하는 모양입니다.
이가 부러졌는데도 학교를 가야 하느냐? 는 짜식을 억지로 태워다주고 왔는데 얼마나 떠들고 설치는지 실내화가 터져서 발가락이 삐죽 나왔더군요.
어제 대통령선거에 투표사무종사원으로 자원해서 수당 벌어왔더니 그걸 어찌 알고 금세 돈 나갈 일이 생기네요.
세상에 대통령하고 부자는 하늘이 낸다더만은 이러니 어찌 제가 부자가 되겠습니까? 자식도 많지 않은데 참 바람 잘 날이 없습니다. ㅊ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