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만나는 가지마다 다른 목소리로 운다

하트야그

실금

★진달래★ 2008. 2. 25. 15:07

 

 

 
발을 헛딛고 넘어지면서

이빨에 금이 갔다

겉으론 사소한 틈이었지만
뿌리 속 신경이 다쳤다며
단박에 이를 뽑아버린 의사에게
두 눈을 흘겼었더랬다, 오래오래

 

허나, 그 얼마나 다행이더냐

뽑아낼 수 있다는 건
그 텅 빈 자리에
머잖아 붉은 새 살이 차오른다는 뜻
적어도 더이상 아프지는 않다는 걸

 

정작 모진 건
뽑아지지 않는 것들이다

 

사람에게 헛짚고
믿음에 걸려 넘어질 때마다
생살에 싸악 그어지던
가슴 속 실금들

문신처럼 온 몸 구석구석
똬리를 틀고 앉아있는
저 홧홧한 것들

 

가렵다, 하필

이빨 뽑던 날 아침에

 

                  김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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