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지 못하는 비행기
지난 6월 입대하여 5주간의 훈련과 3주간의 특기교육을 받고 배속지로 떠나야 하는 아들의 마지막 면회를 다녀왔습니다. 먹고 싶다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지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김밥, 초밥, 떡뽁이, 튀김을 만들고 온갖 과일을 아이스박스에 쟁여서 출발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인지 성묘객들의 차가 고속도로를 가득 메워서 엉금엉금.....그래도 면회소에 도착하니 두 번째더라는,
1시간 정도를 기다려 아들이 나오는데 그새 좀 더 군인이 된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ㅋㅋㅋ. 먹고 돌아서면 배가 고프다더니 싸가지고 간 음식을 처음 본 음식인냥 반가워하더이다. 제 엄마와 동생을 잡고 가서는 가족이 면회 오지 못한 아이들이 있다면서 가짜 가족으로 면회 신청하여 2명을 더 데리고 오더군요. 갑자기 듬직한 군인 아들이 셋이나 생기더라는,
음식이 모자랄까 걱정을 했는데 주변에 면회 온 동기생들 부모들이 또 얼마나 많이 가져다주시는지...그렇게 먹고 점심때는 통닭이란 피자를 배달시켜 먹는데 정말 요즘 군대는 애들을 굶기는지 엄청 먹어대더군요.
그렇게 즐겁게 오후를 보내는데 웬 병장이 하나 와서는 애들을 손짓으로 불러 데리고 가는데 애들 얼굴 표정이 변하더군요. 뭔 확인서를 쓰게 하는데 알고 보니 가짜 가족으로 면회 나왔다고 그런답니다. 짜식들이 저것들도 그렇게 면회 나오고 싶었을 텐데 좀 봐주지.
아들은 여드름이 좀 나아지긴 했는데 그래도 관리를 해야 된다고 인터넷으로 구입한 무슨 비누를 갖다 달래서 가져갔는데 부대에서는 그걸 못 쓰게 하는 가 봅디다. 그래서 몰래 가져간다고 비누를 테이프로 감아서 팬티 밑바닥에 붙여 들어갔는데 들키면 반 죽는다더니 검사를 안 했다네요. 몇 개 더 가져갈걸 그랬다고 후회합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레이더 기지에서 항공기를 통제하는 일을 하는 가 본데 영어 공부한 걸 군대에 가서 써먹게 될 줄은 몰랐다네요. 면회를 마치고 돌아오는데 집까지 한 시간 남짓한 길을 그 성묘객들 차 때문에 고속도로가 막혀 4시간 이상을 기어서 왔답니다.
휴게소가 보이지도 않는데 반쯤 있던 차 기름이 딸막딸막해서 간을 졸이면서 기어가는데 네비 속의 여자는 지치지도 않고 줄창 2키로 앞에서 과속을 주의하라고 하지, 덥지, 기름이 다 돼서 에어컨은 못 키지, 정말 미치겠더군요. 어쨌든 그날 함안휴게소 주유소는 대박이 터졌답니다. 아니 주유소 뿐만 아니라 휴게소 화장실도 터져 나가더군요. 특히 여자화장실이. 마누라가 화장실 앞에 줄 서 있다가 돌아가시는 줄 알았답니다.
사내들은 고속도로에 차 세워두고 아주 당당하게 언덕 쪽으로 물총을 쏘더군요. 언덕에 불이 났나 봅디다. 4시간 반을 시속 20키로로 달려 집에 도착하니 제일 먼저 뻗는 사람은 가만히 차 뒷자리에 누워서 온 마누라더군요. 저녁은 둘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하면서 한마디 하는데, 오늘 안 버리면 일주일 내에 집안이 쓰레기 천지가 될거라고.
하는 수 없이 늦둥이랑 둘이서 분리수거를 하러 갔는데 경비실 아저씨가 벌써 일을 마치고 분리수거 포대기를 묶어놨더군요. 억지로 그놈의 마대를 풀어서 우리집 쓰레기 담고 묶어놓자니 얼마나 피곤이 몰려오는지....야! 세상에 너거 엄마만큼 편한 여자도 없을 거야...했더니, 늦둥이 말이 “여자들은 하나를 해주면 둘을 바라는 피플” 이라고 하더이다. 짜식이 결혼 24주년 된 저거 애비보다도 더 많은 걸 알아요...그것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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